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계엄 포고령 1항에서 “국회 활동 금지” 발표
헌법에 국회 조치 근거 명시 안 돼···홍성수 교수 “위헌·위법적 조치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회 활동을 금지한 육군참모총장의 계엄 포고령을 두고 위헌 주장이 제기됐다. 헌재는 계엄 위헌성 여부를 논하는 헌재 회의까지 검토하고 있다.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전날(3일)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통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제1항)”고 발표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 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 안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비상 계엄이 선포된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영장 제도와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자유, 정부나 법원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 관해 조치할 근거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고자 국회를 겨냥한 포고령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대 교수는 이날 SNS에 “헌법과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령은 계엄사령관이 행정과 사법을 관장하게 되는 것이지, 국회는 계엄상황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계속하게 돼 있다”면서 “설사 계엄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국회는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며, 비상상황에서도 권력의 남용을 막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계엄령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였다”며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이 포고령에 따라 국회 기능을 중지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활동을 금지시킨 포고령 자체가 위헌·위법적인 조치였고, 대통령과 계엄사령관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도 포고령의 위헌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출근길에 ‘비상계엄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도 회의를 하느냐’ ‘포고령 위헌성 논란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문 권한대행은 “정국이 혼란스러울수록 헌법이 작동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헌재는 비상 상황에 신중하게 그러나 민첩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헌재에는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만 남아있다. 지난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했지만, 이들의 후임을 국회가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재판관이 헌재소장의 권한을 대행하는 중이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도 이날 비상계엄 해제에 안도의 뜻을 밝히며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천대엽 처장(대법관)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법부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사명에 따라 본연의 자세로 추호의 흔들림 없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전날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시로 법원행정처 간부들을 소집해 심야 회의에 돌입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오전 1시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계엄 해제를 선포하고 계엄 해제안이 국무회의에서 가결됐지만, 계엄 선포행위에 관한 헌재의 판단을 받기 위해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취하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