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중심의 강남 신고가 이어지는 반면, 신축 중심 마용성은 조정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내 강남3구 다음으로 고가의 주택이 많은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하더라도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부각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래가 될 때마다 신고가 기록을 세우는 강남3구와 달리 마용성은 호가가 떨어진 채 거래소식도 잠잠해진 것이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마지막주(25일 기준) 용산구 아파트 값은 0.08%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직전 주에 0.11% 상승한 것에 비하면 상승률이 0.3%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용산구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0.1% 미만으로 떨어진 건 지난 5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같은 시기 마포구와 성동구 상승률 역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마포구는 0.06%, 성동구는 0.08% 상승했다. 강남구가 0.12% 오르는 등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나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 이들 지역의 시세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성동구 서울숲푸르지오1차 전용 59㎡는 지난 8월만 하더라도 15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지난달 중순에는 14억9000만원으로 8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현재 나와있는 매물 시세도 14억3000만원부터 시작돼 거래가 대비 호가는 불과 한달 새 6000만원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성동구는 지난 8월 직전 달 대비 2.59% 오르며 당시 서울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던 바 있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아이파크 전용 84㎡도 10월에는 15억68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한 달 뒤인 11월에는 15억5000만원으로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용산구 동부이촌동 이촌코오롱 전용 114㎡는 한달 전 호가 대비 1억5000만원 가량 낮아진 22억5000만원의 매물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강남3구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것과 달리 마용성 시세가 주춤해진 가장 큰 배경으로 대출규제 강화를 꼽는다. 서울 내에서도 상급지로 꼽히는 마용성은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타 자치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지렛대 삼아 진입하려는 시도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시작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가산금리 적용이 0.38%포인트에서 0.75% 포인트로 높아지며 대출 한도는 줄게 됐다. 대출한도가 줄어들면서 상급지로 갈아타기 하려던 수요가 크게 줄고 아파트 시세도 주춤한 것이다.
신축 아파트를 필두로 단기간 가격이 급등한 점도 최근 마용성 집값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통상 금리인상 및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시장이 위축될 때는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은 재건축 단지로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 가운데 마용성 아파트값 상승을 이끈 것이 대부분 신축 아파트였다는 점에서 매수세도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3구 지역들은 기본적으로 대출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데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곳들이어서 신고가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반면 마용성은 재건축 단지에 비해 신축단지가 시세를 이끈다. 또한 젊은 수요층이 많다 보니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분위기도 더욱 강해지며 소폭 조정도 가능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