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문제 불거진 롯데그룹
신성장동력 '바이오' 투자 확대
롯데바이오로직스 3Q 적자전환
롯데헬스케어 커머스 사업 철수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롯데그룹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 사업에서도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성과 측면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적자전환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롯데헬스케어는 부분적인 사업 철수 수순에 접어들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화학 등 주력 사업 부진에서 시작된 롯데그룹의 악화된 현금창출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차입금 부담은 커지고 롯데지주·롯데케미칼을 비롯 핵심 계열사 신용등급은 줄강등 위기에 놓였다. 그룹 전반으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 사업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 바이오 사업 주요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그룹 바이오 사업 주요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올해 초 롯데그룹은 '바이오'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비전을 그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후계자인 신유열 전무를 내세워 전폭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그 일환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를 전면에 밀고, 각각 CDMO(위탁개발생산)와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헬스케어 사업 신호탄을 알렸다.

이 가운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주사로부터 최소 수천억원의 자금 조달이 예상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설립 이후 인천 송도에 약 4조6000억원을 투입해 메가플랜트 건설 계획을 밝혔다. 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3개의 메가 플랜트를 조성하고 총 36만ℓ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또 지난 2022년 12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로부터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은 ADC(항체약물접합체) 의약품 생산 능력을 확대 중이다.

문제는 그룹 전반으로 현금창출력이 악화되면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메가 플랜트 건설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립 초기 롯데지주로부터 지원받은 현금만으로는 대규모 공장 설립과 안정적인 사업 전개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롯데바이오로직스가 4조원대의 현금을 투입해 메가플랜트를 조성하겠다 언급했고, 대규모 공장 증설 이후 안정적으로 CDMO 수주를 확대해 이익을 내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이때까지는 그룹 차원에서의 투자 없이는 사업을 영속하기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롯데지주가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 출범 시기인 2022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쓴 돈은 약 6000억원에 달한다. 2022년 상반기 롯데헬스케어에 700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에 104억원을 투입해 법인을 설립했다. 또 같은 해 12월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1685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지난해에도 유상증자 방식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헬스케어에 각각 1700억원, 5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매출 구조는 사실상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서만 나오고 있다. 공장 인수 당시 기존 수주 물량을 이어 받아 매출을 내고 있다. 지난해 시러큐스 공장 매출액은 2286억원, 순이익 567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송도 메가플랜트 착공 시점인 2분기부터 이익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매출액은 1537억원, 순이익은 22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에는 약 20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바이오캠퍼스 1공장 구축사업에 따른 비용 증가가 적자전환의 원인이 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송도 바이오캠퍼스 설립은 초기 단계에서 가설사무소 정도만 세워지고 있다”며 “2026년 송도 1공장 완공, 2030년까지 3공장 완공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롯데헬스케어의 경우 지난해 9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런칭, 유전자 검사 키트 ‘프롬진’을 주력으로 내세우며 헬스케어 시장 안착을 노렸다. 올해 말까지 캐즐 가입자 100만명 확보를 목표했지만, 상반기까지 20만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예상보다 미미했던 캐즐의 입지는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롯데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은 8억원, 영업손실 229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사업 특성상, 초기 투자 비용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사업으로 경쟁력을 입증하기에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결국 롯데헬스케어는 이달 1일부터 PB(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 사업을 접기로 했다. 캐즐 런칭 후 1년이 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과 롯데그룹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과 맞물려, 비효율 사업으로 검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 측은 “바이오 사업의 경우 증자와 차입을 통해 자금 지원을 진행해왔고, 기존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그룹 상황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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