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2월 중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출 용역 진행
2012년 이후 네 차례 수수료율 인하
내년도 인하 전망에 무게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업계의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3년 주기로 돌아오는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가 다가오면서다. 올해도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카드사들의 수익성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달 중 내년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하기 위해 회계법인을 통한 적격비용 산출 용역을 진행한다.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격비용을 재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시행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 적격비용을 재산정했는데, 네 차례 모두 수수료율이 인하된 바 있다.
카드업계는 내년 수수료율도 인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고비용 거래구조를 개선해 적격비용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다.
지난 8월 개최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금융위는 고비용 구조 개선을 통해 수수료율 인하 여력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신용카드가 우리나라에서 신뢰성 있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고비용 구조로 인해 비용 분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고비용 거래구조 개선을 통해 카드사의 적격비용을 낮춰 이해관계자의 비용 부담을 절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카드사들의 순익이 전년 대비 증가함에 따라 호실적이 수수료 인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 3분기 국내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총 2조25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781억원) 대비 8.3% 증가했다.
다만 실적 선방의 배경에는 업황 회복보다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절감, 대출채권 매각 등 비용효율화에 따른 ‘불황형 흑자’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의 판관비는 각각 4650억원, 43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3.6% 줄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채권 매각을 진행하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카드)들은 대출채권 매각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3685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3596억원) 금액을 넘어선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은 단순히 순익 지표만을 두고 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생겼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순익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 악화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콘퍼런스에서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가 카드사 본업을 위축시키고, 이는 위험자산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가 분석한 결과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후 가맹점 수수료율 감소로 수익성 악화는 세전이익의 최대 55%(2019년)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2012년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연간 3300억원 ▲2015년 인하 이후에는 연간 6700억원 ▲2018년 이후에는 연간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비용 절감과 사업다각화 노력에 따른 결과”라며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카드대출, 할부금융 등으로 수익원을 넓혀서 실적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순익은 개선됐지만 신용판매 수익성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인데 여기에서 가맹점 수수료율이 또 한 번 인하되면 본업 경쟁력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