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 지은 집
모든 일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임선희, 문호권 씨 부부. 도시에 살던 시절부터 전원주택에서의 삶을 꿈꿔온 부부는 3년 전 지금의 타운하우스와 운명적으로 재회하며 비로소 꿈을 이뤘다. 말하던 대로.
꿈은 이루어진다
일상에 지칠 때면 복잡한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 해보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누군가는 조금의 용기로도 가능한 일이라 말하지만, 모두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아마 도시엔 아무도 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임선희, 문호권 씨 부부는 도시에 사는 내내 전원생활을 꿈꿨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땅을 보러 다니거나 집을 지을 공부 같은 걸 하며 살진 않았다. 부부의 말에 의하면 오로지 인연과 운명의 놀라운 힘, 약간의 용기만으로 지금의 집과 만났다. “매일 온 동네 타운하우스 정보를 검색해 보는 거. 딱 그 정도만 하면서 전원 라이프를 꿈꿨어요. 무계획이나 마찬가지였죠. 그러다 어느 날 묘하게 마음이 이끌리는 타운하우스 부지를 알게 됐고, 남아 있는 땅이 있다는 게시물을 보자마자 회사에 반차를 던지고 달려갔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땐 그래야 할 것 같았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계약한 땅 위에 타운하우스에서 제시한 몇몇의 설계 옵션을 선택해 집을 짓기 시작했고, 부부는 거의 매일 현장에 들러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타운하우스인 만큼 구조는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창문의 크기나 마감재 정도는 부부가 직접 고를 수 있었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이, 2층에는 침실과 서재, 드레스 룸이 있는 집. 나중에서야 이 땅이 몇 해 전인가에도 보러 왔던 땅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땐 마음이 가지 않아 선택하지 않았었는데, 인연이란 그런 것이라고 부부는 말한다. “흔히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들 하잖아요. 저희 부부는 정말 매일같이 언젠간 전원 주택에 살 거라고 말해 왔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인연도 닿고, 어느새 운명처럼 이 집에 살게 된 것 같아요.”
이곳에 온 뒤론 집 밖에 나갈 생각을 잘 안 해요.
요리도 더 많이 하고,
누굴 만날 때도 집으로 초대할 때가 많아졌죠.
‘행복하다’는 말도 참 많이 하게 됐어요.
집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 건 아마 사는 동안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머물고 싶은 집을 짓다
앞뒤 재지 않고 저지른 일들 덕분에 원하던 삶과 집을 얻은 부부. 빽빽하게 들어선 콘크리트 건물만 보이던 창 밖으로 이제는 숲과 하늘이 가득 들어찬다. 주말이 오면 집에서 나갈 계획만 세우던 삶도, 이제는 집에서 뭘 할지 고민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도시에선 신경 쓰이는 것들이 너무 많잖아요. 집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소음도 그렇고요. 그런데 여기 정말 조용하지 않나요? 이곳에 온 뒤론 집 밖에 나갈 생각을 잘 안 해요. 요리도 더 많이 하고, 누굴 만날 때도 집으로 초대할 때가 많아졌죠. ‘행복하다’는 말도 참 많이 하게 됐어요. 집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 건 아마 사는 동안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금요일 밤엔 외출 계획 대신 내일 아침 식사 메뉴를 함께 고민하다 잠들고,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정원의 잡초를 뽑는 삶. 밤에는 마당에 모닥불 하나 피워 두고 하염없이 별과 달을 본다. 인터뷰를 나눴던 날, 부부는 저녁에 이웃들과의 ‘냉삼’ 파티가 예정되어 있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마치 그 자리에 초대라도 받은 양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부부의 집은 진정한 ‘집’의 기능을 해내고 있었다. 사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우며. 두 사람은 벌써부터 다음에 지을 집도 꿈꾼다. 일단 저지르면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깨달은 덕분인지 매일 무모한 용기가 샘솟는다. “다음 번엔 땅을 다지는 것부터 집을 설계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직접 해보고 싶어요. 그때는 2층집 말고, 넓고 낮은 단층집을 지어볼까 해요. 사실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긴 한데요. 이렇게 말하기 시작하면 언젠간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저희는 ‘말하는 대로’ 의 힘을 믿으니까요(웃음).”
editor 장세현
photographer 김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