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무너지는 국내 증시···코스닥 올해만 20% 넘게↓
정치인 문제 인식 필요···증시 발전 위해 다같이 힘 모아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코스닥 지수가 700선을 깨고 내려갔던 지난 13일 한 정당의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하면 주가 상승한다고 주장한 사람들 다 어디 갔냐”며 “혹여 금투세를 폐지해서 덜 떨어졌다고 궤변을 펼치려나요?”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투자자들이 증시 급락에 신음하고 있을 때 ‘내 말이 맞지?’라며 의기양양했던 것이다.

금투세 존폐를 놓고 논의가 한창이었을 때도 정치인의 말이 논란이 됐다. 한 국회의원은 금투세 관련 토론회에서 “(금투세 시행 시 증시가) 우하향한다고 신념처럼 갖고 계시면 인버스에 투자하시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는데, 이는 곧바로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나라를 위한다는 정치인이 인버스를 권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지적이었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증시 부진에 치인 것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말에도 상처를 입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어쩌면 이는 국내 증시가 왜 ‘코리아디스카운트’에 처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아픔에 공감까지는 바라진 않지만 적어도 국내 증시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보였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실제 국내 증시는 그 어느 때 보다 위기에 처해있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1.8% 하락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나 팔레스타인보다 더 큰 하락률이다. 코스피도 6% 넘게 내렸는데 올 들어 24.76% 상승한 S&P500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하다. 이는 ‘강 건너 불구경’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를 고찰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특히 정치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정부가 밸류업을 내놓았지만 힘을 더 모을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는 국민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의 기금이 대거 투입된 투자처이고 1400만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는 곳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국내 증시는 자금 조달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본시장에 대한 개개인의 신념과 철학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결국은 자본시장의 발전으로 귀결돼야 한다. 시장이 썩어가고 있는데 신념과 철학의 정당성만 강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증시가 이처럼 부진한 것에 대한 타개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고 질적인 향상을 위해 정치권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때마침 상법 개정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상법 개정과 관련된 내용 역시 금투세 만큼이나 중요하다. 금투세는 유예냐 폐지냐 여부를 너무나도 늦게 결정했다는 실수가 있었다. 정책적 결단이 차일피일 미뤄질 동안 증시 자금은 대거 빠져나가 버렸다. 상법 개정과 관련해선 이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각각의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국내 자본시장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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