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 과징금·시정명령 취소 행정소송 1차 변론기일
쿠팡 “상품추천은 유통업 본질, 기업활동 자유 보장해야”
공정위 “순위 조작·허위 후기 등 위계 고객 유인 제재”
내년 2월 변론기일 속행···증인선청 없이 법리공방 계속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쿠팡랭킹 순위 변경과 임직원의 후기를 일반인 후기인 것처럼 속여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했다는 이유로 부과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며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변론 절차가 21일 시작됐다.
쿠팡 측은 사업장 내에서의 상품추천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공정위 측은 위계(오인, 착각, 부지)에 의한 고객 유인을 제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의 소 1차 변론을 열고 양측의 구술변론을 들었다.
이날 쿠팡 측은 공정위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위법해 취소를 구한다고 밝혔다.
쿠팡 측 대리인은 “이 사건은 유통업자가 자기 쇼핑몰 내에서 한 상품추천을 문제 삼아 제재를 가한 유례없는 사안”이라며 “유통업자가 자기 쇼핑몰 내에서 사업상 필요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활동은) 헌법상 기업활동의 자유에 터 잡은 것이므로 법령상 부정한 경쟁 수단에 해당한다는 명백한 근거가 없는 이상 금지돼선 안 된다”면서 “피고는 (법령상)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입증하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검색 추천에 관해선 “온라인 유통업자의 검색 추천은 쇼핑몰 내에서 상품 판매를 위한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검색만을 목적으로 하는 검색서비스 제공자와 달리 (쿠팡에게) 검색 중립성 의무를 인정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특히 “소비자 선호라는 것은 개개인이 다양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어서, 유통업자는 판매량순과 같은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정렬 기준과는 달리 소비자들이 장래에 선호할 요소를 갖춘 그런 장래 선호 요소까지 갖춘 추천 기능을 함께 제시하고 있고, 쿠팡랭킹도 이에 해당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측은 쟁점이 간단하고 명확한 사건에서 쿠팡 측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 대리인은 “피고(공정위)는 원고(쿠팡)가 쿠팡랭킹을 어떻게 선정했는지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쿠팡이 ‘선호 종합 순위’라고 외부에 고지한 것과 달리 쿠팡랭킹을 정하고, 임직원들의 후기를 마치 객관적인 고객의 후기인 것처럼 가장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를 처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리인은 “다른 경쟁 기업들은 자사의 랭킹에 ‘광고 등 자사의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쿠팡랭킹이)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하다고 인식했을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실상은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또 “심지어 원고는 ‘소비자 선호도’에 대해 (현재) 소비자가 얼마나 그 제품을 좋아하는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소비자가 선호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귀가 의심되는 주장이다”라며 “그렇게 주장할지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일반인도 그렇게 인식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임직원 후기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광고인 임직원 후기를 고객 후기인 것처럼 장기간에 걸쳐 올렸다”면서 “이는 중요한 신뢰성의 문제이다”라고 했다.
공정위 측은 서점의 책 판매와 비교해 이번 사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대리인은 “서점에서 책의 배치는 서점의 자유이지만, 판매량에 따라 책을 배치했다고 설명하면서 (이와 달리) 수익성이 높은 책들을 진열했다면 그것은 허용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13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절차진행과 관련 쿠팡 측 또 다른 대리인은 “이 사건은 사실보다는 법리적 평가의 문제가 더 쟁점이다. 다음 기일 전에 서면으로 필요한 의견을 밝히겠다”면서 “현재 증인신청은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지난 8월 쿠팡에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에게 제품 후기를 좋게 작성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사도록 유도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자기 상품판매와 중개상품 거래중개를 모두 영위하는 온라인 쇼핑시장 1위 사업자인 쿠팡이 ‘이중적 지위’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를 했다는 판단이다. 이 과징금은 국내 단일기업 기준 역대 최고액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 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 자기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이러한 상위 고정 노출로 쿠팡 자사 상품의 총매출이 크게 증대됐고, 중개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검색 순위에 올리기 어렵게 됐으며, 결국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 선택도 저해됐다는 게 공정위의 논리다.
행정소송과 별개로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행정제재와 함께 쿠팡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최근 쿠팡 본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