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금융사고 여파 따른 금융당국 정기검사 착수
검사 기간 추가 연장 가능성···종료 시점 예상 어려워
금융당국, 우리금융 경영실태 결과 3등급 이하로 평가 시 보험사 인수 무산
"당초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보험사 인수 완료 목표했던 그룹 계획 차질 불가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보험사 인수 계약을 맺은 우리금융그룹이 연이은 금융사고 여파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정기 검사를 받으면서 계획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검사 기간이 추가로 연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종료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데다 경영실태평가 결과 등급이 3등급 이하일 경우 최종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현장 검사에 돌입한 이래 5개월째 검사를 받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정기 검사를 22일로 1주일 연장했다.
금융감독원은 자본비율과 자산건전성,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지배구조 등 경영 전반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조사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기 검사는 일정한 주기마다 진행된다. 기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정기 검사 일정은 내년이었지만 부당대출 건과 M&A(인수·합병) 적격성 등이 중점 사안으로 떠오르며 시기가 다소 앞당겨졌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특혜성 부당대출을 해줬다. 현재 검찰은 우리금융그룹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의 대출을 진행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350억원)이 특혜성 부당대출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사 기간은 보통 3~4주 정도가 소요되지만 상황에 따라 기간이 연장된다는 점에서 향후 조사 방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연장 시에는 통상 기본 일주일 단위로 연장되기 때문에 22일에도 끝나지 않고 검사가 추가로 연장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기간 연장으로 정확한 종료 시점은 점치기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현장 검사는 일년 내내 검사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서 "연중 상시 검사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검사 기간에 따라 우리금융그룹이 보험사 인수 추진 계획에 있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ABL생명의 패키지 인수 계약을 맺고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기본 합의만 하고 금융당국에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자회사 편입을 신청하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인가 여부를 검토·승인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인수 신청서 제출 시기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가 신청이 늦어지는 것은 대체로 금융당국과 신청 시기와 관련해 이견이 발생했을 경우"라며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부당대출 사고로 금융당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졌고 이와 관련해 법적 책임이 어디까지 튈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설령 우리금융지주가 향후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해도 금융감독원 심사가 미뤄진다면 금융위원회 승인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변수다. 심사 권한이 금융감독원에 위임돼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의 허락이 있어야 금융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인수를 위한 최종 관건은 경영실태평가 등급이다. 금융당국이 검사를 통해 우리금융그룹 경영실태 결과 등급을 3등급 이하로 평가한다면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기 어려워진다.
경영실태평가는 은행의 자본 적정성, 건전성, 내부통제 등을 전반적으로 판단해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평가 기준에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사회 및 경영진 역할은 물론, 리스크 모니커링 및 보고 여부까지 포함돼 있다. 감독규정에 따르면 순익기여도가 가장 높은 주력 자회사 인수 때는 경영실태평가를 2등급 이상으로 주력 자회사가 아닌 경우 3등급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가 그룹 기여도가 높은 주력 자회사라는 점에서 3등급 이하를 받으면 자회사 출자나 인수·합병 등이 제한된다. 지난 2021년 우리금융지주는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을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이번 정기 검사가 끝나는대로 경영실태평가 등급도 함께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2등급을 유지하더라도 내년 8월까지 인수 절차를 완료하지 못한다면 동양·ABL생명 인수가 최종 불발될 수 있다. 인수계약서에 12개월 내로 인수를 완료하기로 한 조항이 담겨 있어서다. 이 경우 우리금융그룹은 인수 가격(1조550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155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잃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초 보험사 인수를 완료하려 했던 우리금융그룹 계획의 차질은 불가피한 상태다"며 "현재로서는 조사에 충실히 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