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사결정에 주주가치 훼손 주장하는 사례 다수 나와
같은 목소리 냈던 행동주의 펀드에 칼 끝 겨누는 경우도
소액주주 보호 화두에 상법 개정 여부 주목···찬반 의견은 팽팽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목소리를 높이는 소액주주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증시 부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이슈들이 지속해서 나오면서 이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이다. 소액주주 보호가 다시금 화두가 되면서 상법 개정을 둘러싼 이슈도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 ‘증시 부진도 뼈아픈데’···주주가치 훼손 성토하는 소액주주들
소액주주들이 상장사를 상대로 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최근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한때 주주활동을 같이 펼쳤던 행동주의를 고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인 밸류업에 역행하는 논란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소액주주들이 자발적으로 결집한 것이다.
실제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이자 반도체 기판 회사인 이수페타시스의 소액주주들은 집단 행동에 나서기 위해 주주대표 선출과 함께 행동주의 펀드와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차전지 소재기업인 제이오 인수 등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해당 결정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DI동일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감사위원 교체에 나서고 있다. 신민석 전 라데팡스 부대표 등 8명으로 이뤄진 소액주주 연합은 감사위원 교체를 위한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했고, 회사 측이 받아들여 오는 25일 임시 주총이 열린다. DI동일 소액주주 연합은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 요구와 함께 주요 경영진의 배임 혐의를 문제삼는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칼날을 겨눈 사례도 나왔다. DB하이텍 소액주주 연대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고의로 DB하이텍의 경영권을 위협해 단기 차익을 얻고 주주들에게 손실을 줬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KCGI는 지난해 3월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며 소액주주들과 주주활동을 벌였는데 같은해 12월 지분 일부를 DB하이텍 모회사인 DB Inc에 매각한 바 있다.
이 밖에 오스코텍의 소액주주들은 주주와 소통없이 자회사 ‘쪼개기 상장’을 추진한 것에 반발해 주주행동주의에 나서고 있다. KG그룹 소액주주 연대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달 초 KG에코솔루션에 주주총회 소집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자사주 소각 제안, 신사업의 신속 진행 등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 ‘소액주주 권리 증대’ vs ‘부작용 더 많아’···상법 개정 이슈, 도마 위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이 거세지면서 상법 개정 이슈도 함께 화두가 되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는 상장사의 의사결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상법 개정 여부뿐만 아니라 범위와 대상에 대해서도 이해당사자들 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상법 개정에 적극적인 곳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14일 당론으로 상법 개정을 채택하고 지난 19일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현재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내용도 담고 있다.
이를 찬성하는 측은 경영진이 다수의 주주가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소액주주 이익에 반하는 지배구조 개편이나 오너 일가의 상속을 위해 주가 부양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밸류업 정책이 힘을 받기 위해선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부작용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재계로, 이들은 상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이는 기업의 신성장 동력발굴에 어려움을 주고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증시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에선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상법 저지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내면서 “물적 분할이나 합병 등 소수 주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핀셋 접근이 필요하다”며 “상법 개정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 안에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먹튀를 조장하는 법안이자 자해적 법안’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