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옥시토신 품절 이슈
‘약가’ 200원대 불과···일각 선 현실화 필요성 목소리도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근 산부인과 현장에서 옥시토신 분만유도제 공급이 원활치 않다는 소식으로 분만을 앞둔 산모와 가족들이 가슴을 졸였습니다. 분만과정은 언제나 긴급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는데요.
옥시토신 분만유도제는 자궁 수축을 돕고 산모의 과다출혈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어찌 보면 필수의약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 약의 공급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까요.
◇ 한 알에 약가 280원만 받게끔 정해져···‘낮은 약가’ 도마
약은 의료행위처럼 마음대로 가격을 받을 수 없게끔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은 내가 받고 싶은 만큼 가격을 정하면 되지만, 약은 제약사가 내놓을 때부터 얼마가 적당한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정해줍니다. 이를 ‘약가’라고 합니다.
이는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지만 문제는 이 약가가 ‘합리적인 수준이냐’는 것입니다. 분만유도제의 경우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다 보니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만들어서 공급해봤자 수지가 잘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JW중외제약과 유한양행이 해당 약을 유통하는데 1앰플당 ‘약가’가 JW중외제약은 273원, 유한양행은 284원이라고 합니다.
한 서울지역 약사는 “솔직히 약가 생각하면 몇몇 약들은 제약사들이 지금까지 공급하는 것도 용하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참고로 일본에선 1000원 안팎, 기타 국가에선 5000원까지도 약가가 책정돼 있다고 합니다.
산모들에게 꼭 필요한 약인만큼 정부에서도 제대로 약가를 쳐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 필수의료 무너뜨린 의료행위 ‘수가’ 문제도 여전
이 ‘약가’의 의료행위 버전이 바로 ‘수가’인데요. 이 수가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도 한국 필수의료를 망가뜨린 주범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예컨데 소아 중환자 한 명을 병원에서 케어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 물적 비용에 비해 정부에서 책정한 수가가 충분치 않다 보니 병원들은 수가가 낮은 치료를 하는 중환자들을 받으면 받을수록 손해를 보는 비정상적 구조가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이라고 합니다. 이는 이국종 교수도 과거 지적했던 문제입니다.
사실 감기 진료를 볼 때 자기부담율을 좀 높게 하고 이 같은 주요 의료 행위에 보험 지원을 늘리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한국 정치 현실을 보면 그럴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표심 변화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보니 변화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약가와 수가 문제는 대한민국 의료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 언젠가는 꼭 해결돼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