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투자 후 자회사 편입하면 금융업 포트폴리오 완성
IBK연금보험 건전성도 낮은데···대규모 자금투입 ‘부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IBK기업은행이 MG손해보험 인수합병(M&A)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MG손보에 투자한 이후 실제로 인수하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생명보험 계열사인 IBK연금보험의 자본건전성도 낮은 상황에서 MG손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담이다. 이에 기업은행이 투자를 결정하면 금융당국은 IBK연금보험의 종합생보사 전환을 인가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1월 4일 예금보험공사, IBK와 의원실 미팅을 했는데 (MG손보 인수 참여를) 재검토하겠다고 IBK가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업은행이 MG손보 인수 관련 공동출자나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단 보도가 나왔다. 기업은행은 이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을 냈지만, 다시 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MG손보는 최근 몇 년간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8월에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 입찰 공고를 냈지만 결국 최종 유찰됐다. 이에 예보는 수의계약으로 전환했지만 이 역시도 성사되지 못했다.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보의 경영관리 아래 있다.
기업은행이 MG손보 인수 참여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비은행 자회사로 증권, 캐피탈, 생보 등을 거느리고 있지만 손보 계열사는 없다. 당장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더라도 일부 지분을 사들이거나 사모펀드 운용사의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을 통해 사업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다가, 회사 경영 상황이 개선되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MG손보에 투자한다고 해서 당장 손해를 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MG손보의 지난해 말 보험계약마진(CSM)은 6774억원이다. 매해 500억원 내외의 보험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엔 88억원 순익을 거두면서 흑자 전환했다. 대형 손보사인 메리츠화재가 업계의 예상을 깨고 올해 MG손보 인수 의향을 보인 이유 중 하나도 MG손보의 CSM 규모 때문이다.
반면 IBK연금보험의 자본건전성이 낮다는 점은 인수의 걸림돌로 꼽힌다. 당장 IBK연금보험에 자금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MG손보에도 투자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IBK연금보험의 올해 6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는 89.93%로 법정 기준선인 100%를 밑돈다. 올해 1500억원을 투입했는데도 이 정도 수준이다. 당국이 권고한 수준인 150%까지 올리려면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이 MG손보 인수에 참여하면 IBK연금보험에 투입해야 할 액수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MG손보의 올해 6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36.53%다. 150%선으로 올리기 위해선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MG손보의 예보가 투입할 공적자금을 고려하더라도 7000억원의 투자금이 있어야 한다. 이 중 기업은행이 절반 이상을 부담한다고 가정해도 45000억원이 필요하다.
이에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IBK연금보험의 종합생보사 전환을 승인해주는 ‘당근’을 기업은행에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IBK연금보험의 자본건전성이 낮은 핵심 이유는 연금보험만 판매하는 단종보험사이기 때문이다.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상품을 판매해야 근본적으로 자본건전성이 해결될 것이란 지적이다. 기업은행은 IBK연금보험을 종합생보사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당국이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에 MG손보 인수에 참여하면 예보의 외에도 혈세가 또 투입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라면서 “기업은행이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