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2차·잠실우성·대림가락 수의계약 유력
한양3차·방배7구역 ‘무응찰’ 굴욕도
한남5구역 DL이앤씨 단독 참여
“선별수주 기조···서울 정비사업 지연”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정비사업이 시공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강남과 용산 등 주요 지역에서도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유찰되거나 경쟁사가 없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건설사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인해 시공사를 구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2차 재건축 조합은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수의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앞서 두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은 현대건설 단독 참여로 경쟁입찰이 불발돼 유찰됐다. 신반포2차가 서울 한강변 재건축 단지에서도 ‘알짜 입지’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결과다. 입찰이 2회 이상 단독입찰로 유찰되면 시공사와 조합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신반포2차는 신반포 일대 재건축 사업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모든 세대가 한강 조망이 가능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서울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이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역세권 단지이기도 하다. 차로 이동할 경우 잠수교와 반포대교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기존 12층, 13개 동, 1572가구에서 지상 최고 49층, 15개 동, 2057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탄생한다. 공사비는 3.3㎡당 950만원으로 1조2831억원으로 추산된다.
1조원대 강남권 한강변 단지마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건 공사비 상승과 사업성 악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조합들은 치솟는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에 원자잿값 상승분이 반영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조합과 건설사이 원하는 공사비에서 차이가 난다”며 “건설사 역시 입지가 좋더라도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참여를 꺼리는 추세다”고 말했다.
신반포2차 외에도 강남권에선 유찰과 수의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1조6000억원 규모 잠실우성1·2·3차 아파트는 시공사 입찰에는 GS건설만 신청서를 내 결국 유찰됐다. 조합은 다음 달 시공사 선정에 다시 나설 계획이다. 잠실우성1·2·3차는 지상 35층, 29개 동, 2680가구 규모 신축 단지로 조성된다. 지하철 2·9호선 종합운동장역 인근 역세권 단지다. 탄천을 끼고 강남구 삼성동에 가장 가까운 ‘알짜 입지’로 꼽힌다. 이 밖에 4297억원 규모 송파구 대림가락은 2번 단독입찰 한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무응찰로 유찰이 이어지는 사업지도 나왔다. 송파구 한양3차는 지난달 21일까지 시공사 선정 입찰 의향서 받았지만 건설사 중 어느 한 곳도 제출하지 않아 유찰됐다.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세 번째 입찰 공고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월과 6월 진행한 1·2차 입찰이 모두 무응찰되면서 유찰됐다. 이 밖에 4297억원 규모 송파구 대림가락은 2번 단독입찰 한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용산 일대 정비사업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한남5구역은 두 차례의 입찰에도 참여 건설사가 한 곳 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DL이앤씨가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을 맡게 될 예정이다. 서울시 용산구 동빙고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3층, 51개 동 259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3.3㎡당 916만원으로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높다. 이곳은 강변북로와 맞닿아 있어 한강 조망권이 확보돼 있다. 한강 조망 면적도 한남뉴타운 가운데 가장 넓다. 한남뉴타운 대부분이 가파른 구릉에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대를 갖고 있어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로 평가받는다.
용산구 원효로4가 산호는 벌써 세 차례나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지난 4월과 6월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고, 지난달 세 번째 입찰에는 롯데건설만 단독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서다. 이달로 예정된 4차 입찰에 다시 롯데건설만 참여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곳은 용산의 대표적인 한강변 단지다. 강변북로 맞닿을 정도로 한강과 가까이 있어 모든 세대가 한강 조망이 가능할 전망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가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했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7개 동, 647가구가 지어진다.
고금리·고물가가 여전한 만큼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과 공사비 부담이 커진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며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서울 내 신규 주택 공급이 둔화돼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공사비 급등에 따른 중재 및 지원 정책을 마련해 정비사업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공사비 문제를 방치하면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정비사업의 추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