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야 주요 인사 세법개정안 토론회 격론
기재부 “현행세제, 자본·기업 해외 유출 우려”
야당 “고소득 부자에 혜택 다 돌아가” 비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 정기국회에서 상속세 개편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주요 인사들이 모인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정부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을 예고했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재정당국은 상증세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하위 과표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으로 확대한 취지를 설명했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 소득 파악이 어렵고 과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세로 거둬지지 않은 부분을 상속세로 보충하겠단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소득 파악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고, 국가간 자본 이동 또한 용이해 상속세제 손질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20년 이상 변화가 없는 낡은 세제를 개선해 물가나 소득이 증가된 부분을 반영하고자 한다”며 “상속세를 다른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물리는 것은 우리 자본, 기업 부분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또 “과세형평성만 따지면 50%가 아니라 60%, 70%까지도 과세할 수 있겠지만 이 세제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속세 부담에 해외자본 M&A 눈독”vs“부자·고소득자 혜택 집중”
여당은 정부안이 기업 자본 유출을 막을 적절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상속세가 높아 우리나라 자산가들이 싱가포르, 포르투갈 등으로 이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중소, 중견, 대기업 오너 중 상당수가 이제 70대에 들어섰다. 기업을 물려줘야 하는데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 차라리 팔아서 양도소득세만 내겠다고 한다. 지금 M&A 시장에서 서울이 가장 핫한 시장이라고 한다”고 지적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 전체 세제 중 상증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2.11%로 세계에서 제일 높다. 2등인 프랑스가 1.53%”라며 “상속세에 대해 사회주의적 패널티를 먹이고 있다”고도 했다.
삼성 사례를 들며 자본이득세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지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2조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낼 방법이 없으니 삼성 주식을 팔아 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삼성 지배력이 약화되고 외국 자본이 사 갈 수밖에 없다”며 “외국의 경우 상속받아 기업이 계속 유지되는 동안은 상속세를 내지 않고, 후대에 기업을 팔면 그때 자본이득세를 매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가 유산취득세, 자본이득세로 바꾸는 것을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의 상속세 완화가 전형적인 부자감세로 세수 확충이 시급한 현 상황에 적절치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수 기반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세수 기반 확대를 고민해야 하는데 감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문제는 감세 정책이 어디로 귀착되느냐.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중산층, 서민 세부담을 줄여준다고 얘기하지만 다 부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상속세는 말할 필요도 없다. (과표기준) 30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이 1251명인데 이들에게 부과하는 세율을 50%에서 40%로 줄였을 때 1조7466억원의 혜택을 받는다. 1인당 14억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500억원 초과하는 사람은 29명인데 이들은 1조2917억원 혜택을 받는다. 한 사람이 445억원의 혜택을 받는 것”이라며 “이런 발상을 어떻게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상속세율 적절성, 소득세 함께 살펴봐야”···국회 논의 본격화 ‘전망’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는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다. 재벌의 많은 재산을 그대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싫다는 우리들의 바람을 실현시켜주는 수단이 맞다”며 “근데 이건 국가가 개인권에 영향을 주는 세금의 방식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합리적이고 너무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상속세율이 정해진 2000년대초 상속세를 낸 사람은 1000명을 조금 넘었는데 지금은 그 10배가 넘는다. 그동안 자산가치가 10~20배 뛰었다”며 “보유세 형태로 내던 상속세가 지금은 중산층에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과거엔 승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컸지만, 지금은 기업이 지속적, 안정적으로 경영해 저성장을 극복해주길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란 점을 거론한 김 교수는 “무조건 고소득자, 자산가가 낼 세금이 줄어드는 건 잘못된 방향이란 단순한 사고방식은 바꿔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고소득자나 자산가에 대한 무리한 세금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증세의 과세 적절성을 분석할 때 소득세도 함께 살펴봐야 한단 조언도 나왔다.
김현동 배제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상증세 비중이 다른나라에 비해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증세 본질은 소득세에 대해 부과하는 과세”라며 “상증세의 높고 낮음 만이 아니라 소득세와 합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증세 비중이 낮은 나라는 소득세 비중이 굉장히 높다”며 “상증세 한 개 세목을 갖고 세금 비중이 크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상증세 부담을 낮추고 싶다면 소득세를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 세법 개정안 심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재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세법 체계가 어떻게 가야 미래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고 경제 재도약, 활력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느냔 측면이 중요하다”며 “세법이 선도적으로 미리 대응, 지원할 체계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