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국민담화서 사과 및 후반기 국정 방향 제시
“물가·주거 등 생계비 안정, 민생을 국정 최우선”
의료대란 등 난관 봉착한 4대개혁 필요성도 강조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엔 “침소봉대·악마화” 해명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와 주거, 복지 등 민생 변화를 임기 후반부 최우선 정책 순위로 삼겠다고 했다. 거센 저항에 직면한 의료개혁을 비롯한 교육, 연금, 노동 등 4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단 의지와 함께 미국 트럼프 2기 신정부와의 협력 관계 형성에도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정 쇄신을 위한 개각 물밑작업에 착수했단 점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갖고 임기 후반부 국정 방향을 설명했다. 먼저,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등 주변 인사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 “후반기 민생 최우선, 美 신정부와 경제·첨단기술 협력 고도화”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부 국정 최우선 순위를 민생의 변화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잘못된 경제기조, 국정기조들을 정상화시키는 데에 주력했다면, 남은 2년 반은 민생의 변화, 국민들께서 이러한 기조 변화에 따른 어떤 혜택을 더 체감할 수 있게, 그런 실질적인 변화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말했다.
물가와 주택시장을 더욱 안정시켜 근본적 생계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 활성화 등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곳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금융 지원과 재기 지원 프로그램도 맞춤형으로 더 확대하겠다”고 했다. 청년 문제 관련해선 장학금 확대, 일자리 확충을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선거 승리 관련해선 “새롭게 들어설 워싱턴 신 행정부와 완벽한 한미안보태세를 구축해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튼튼하게 지킬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안보, 경제, 첨단 기술 협력을 더욱 고도화해 우리 청년과 기업이 뛸 수 있는 세계 운동장을 더 넓히겠다”고 밝혔다.
경제 역동성 향상에 힘을 기울이겠단 방침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AI, 첨단 바이오, 퀀텀 등 신성장 동력을 계속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 정책 지원도 더욱 강화하고 우리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내실을 기하겠다”며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복원도 계속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지부진 4대개혁 추진 의지 강조 “민생 직결·미래 지키는 일”
4대 개혁 추진 의지도 재차 밝혔다. 현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로 의료, 노동, 교육 연금 등 4대개혁 완수를 내세우고 있지만, 입법부를 야당에 내주면서 개혁에 필요한 법률 개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국민 지지마저 크게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추진 동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단 분석이다.
27년 만에 의대정원 확대를 단행했지만 의료계 반발로 인한 진료 공백 장기화로 국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고, 최근에 제출한 연금개혁 정부안 관련해선 관련법 개정에 필수적인 야당이 부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년 연장 등 노동개혁은 사회적 합의 노력이 부족하고, 교육개혁은 학벌경쟁과 사교육 과잉 등 본질적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단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은 국민들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차분하고 꼼꼼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연금개혁은 무려 5600조 규모의 가장 방대한 여론조사 포커스그룹인터뷰(FGI) 수리분석을 통해 국회가 결정할 수 있는 단계로 만들어 보냈고, 이번 22대에 들어와서는 국회 논의 시간을 더 단축시키기 위해 정부 단일 개혁안을 보내드렸기 때문에 조속한 논의가 이뤄져 개혁안이 사회적 대합의를 거쳐 조속히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개혁은, 법치 확립의 토대 위에 유연하고 활력있는 노동시장을 만들겠다”며 “교육개혁은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 늘봄학교를 계획대로 확대하고, 융합형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의 틀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연금, 의료, 노동, 교육 개혁과 인구 위기를 극복하는 저출생을 위한 개혁, 즉, 4+1 개혁은 민생과 직결되고 우리 미래를 지키는 것”이라며 “민심에 귀를 기울여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차질 없이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개혁정책을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정 쇄신을 위한 대통령실 참모직 개편과 개각도 준비중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침소봉대, 아내 악마화” 논란 증폭 명태균·김건희 의혹 해명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 여사 및 명씨 관련 의혹, 야당과의 관계 등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 표명도 있었다. 명태균 녹취록에 기반한 여론조작, 공천개입 등에 대한 설명 요구에 윤 대통령은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해달란 얘기를 한 적 없다. 명씨나 우리 당 정치인들이 여론조사 발표된 거나 내일 발표될 예정인데 알고만 계시란 얘기는 선거 때 수없이 받았다”며 “제가 여론조사를 조작할 이유도 없다. 인생 살면서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선 “대개 재보궐에 나갈 사람들은 거의 정해져 있다. 총선처럼 인재영입위원회 공천심사위원회처럼 엄정하게 해서 채점하는 게 아니라 비슷하지만, 대개 정해져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선인 시절에 경호원들이 저한테 그랬다. 당선인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거 처음 봤다고”라며 “안가에서 새벽 2시까지 장차관과 차관급에 대한 인사, 필요하면 인터뷰도 직접 해야 하고 그런 식이라.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 없다. 인수위에서 진행되는 걸 꾸준히 보고받아야 한다. 저는 고3 입시생 이상으로 바빴던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국정 개입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악마화하는 것도 있다”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에게 욕 안 먹고 원만하게 잘하길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겠단 생각이 든다”며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 그야말로 처(김 여사)를 타깃으로 많이 악마화한 것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가릴 것은 명확히 가려야 하고 저도 제 아내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더 신중하게 매사에 처신해야 하는데, 이렇게 국민한테 걱정 끼쳐드린 것은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아내라고 변명하는 게 아니라 좀 순진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에 대해선 “국민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곤 사실상 중단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추락, 정책 추진 동력 상실 등 위기감 속에 진행된 이날 윤 대통령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여야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며 “오늘을 계기로 우리 국회도 정쟁을 중단하고 시급한 민생을 보살피고 외교안보 현안을 챙기는 본연의 일에 집중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야당은 민심을 거부한 내용이었다고 혹평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140분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알맹이 없는 사과, 구질구질한 변명, 구제불능의 오만과 독선으로 넘쳐났다”며 “최소한의 책임감도 쇄신의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윤 대통령이 마주할 것은 매서운 민심의 뜨거운 분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