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누적수주액, 전체의 30% 최고 비중…자국우선주의에 타격 불가피
우크라이나 재건수요 있지만 인적‧물적자원 지원한 유럽국가 선점 가능성↑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건설업계도 실익 따지기에 분주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선거기간 동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거듭 언급해온 만큼 전후 복구사업에 따른 도로, 주택 재건수요가 해외 수주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그동안 인적·물적 지원을 충분히 해 온 유럽연합국의 선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건설사에게 떨어지는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으로 가장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는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안정화다. 그동안 러우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운송비 상승이 야기됐고, 건설의 필수 원자재인 시멘트 제조 과정에 필수 품목인 유연탄 가격과 건설 주요 마감재 가격 또한 급등하며 공사비 급등을 초래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 러우전쟁의 조기 종식을 여러 차례 언급해온 만큼 치솟던 원자재 가격이 진정세를 보일 것이 기대되는 것이다.
다만 우려도 만만찮다. 먼저 자국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트럼프가 관세장벽을 쌓는다면 국내 건설업계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주무대로 떠올라서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의 미국 공사 수주액이 2020년에는 2억9344달러(약 3920억원)던 게 지난해에는 99억8300만 달러(약 13만3400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확보한 수주액은 전체 해외수주고의 30.0%로 150여개의 진출국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배경은 미국 자체적으로 발주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국내 그룹이 대미 신규 투자를 확대하면서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건설부문 계열사나 자회사에 일감을 발주하는 케이스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은 삼성물산이, SK그룹의 배터리공장은 SK에코플랜트가, 현대차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이나 미주 전기차 공장 등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하는 것이다. 그 덕에 국내 주택경기 부진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각종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혜택이 축소되면 국내 그룹의 투자가 위축되며 미국 시장 내 국내 건설업계의 입지도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중동 강경책을 내세우는 점도 중동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설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UAE, 바레인 등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하며 중동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증진시킨 바가 있어 건설 투자를 위한 우호적 환경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 외교정책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역내 정치적 불안으로 대규모 투자 및 주요 프로젝트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과거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사우디 아람코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이 발생했을 때 트럼프는 미군 추가 배치 및 군사공격을 시사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유가 급등을 초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의 화석연료 확장 정책도 단기적으로 중동지역의 석유가스 인프라 건설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가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트럼프가 러우 전쟁 종식을 강조해 온 데 따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나 국내 건설사의 수혜가 클지는 미지수다. 재건사업 중 상당수는 전쟁기간 인적·물적 지원을 지속해온 유럽국가들이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규모는 주택 803억 달러, 교통 737억 달러 상업 및 산업 675 달러 등 총 4863억 달러(약 681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