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조직관리능력’ 높게 평가
중흥 철학 반영할 가교 역할 기대감
건설 비전문성, 정진행 부회장이 보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우건설이 최근 사임의사를 밝힌 백정환 사장을 대신해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김 부사장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매부로 대우건설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다. 중흥그룹의 핵심인물로서 대우건설 경영 전반에 참여해 온 만큼 조직 안정화와 함께 중흥그룹의 철학을 반영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인수 성공적으로 이끌어···부사장으로 경영 전반에 참여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다음 달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김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이번 선임에 대해 “오랜 기간 군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면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면서도 조직 구성원을 꼼꼼히 살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정창선 중흥그룹의 딸 정향미 씨의 남편이다. 군 장성 출신으로 건설업과는 인연이 없었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장,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 등을 지낸 뒤 2020년 4월 공군 준장으로 퇴역했다. 이후 2020년 헤럴드 미디어그룹 부사장을 맡아 중흥그룹 경영에 참여해 왔다.
2021년엔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맡아 인수·합병(M&A) 관련 실무 과정을 총괄했다. 2022년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에 편입된 이후 대우건설 고문직을 1년간 역임했다. 지난해 총괄부사장 자리에 올라 인사·재무·전략 등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동시에 국내외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중흥그룹과 가교 역할···조직 안정화 기대감
이번 선임은 조직 관리에 무게를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며 성공적으로 인수를 이끌어 냈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내부 상황과 방향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만큼 내부 갈등을 줄이고 조직 결속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안정화 구축 이후 책임경영 체제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조직 안정화와 함께 중흥그룹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중흥그룹의 핵심 인물로서 대우건설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에 빠르게 적응했다. 이를 통해 중흥그룹의 철학을 대우건설에 보다 깊숙이 심어 놓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꼽힌다. 중흥그룹 입장에선 김 부사장의 리더십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향후 대표 교체 시에도 중흥그룹의 의도와 방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내부 안정과 빠른 조직 안정화를, 중장기적으론 중흥그룹과의 연계를 강화해 대우건설을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하려는 복합적 목적을 담고 있다”며 “김 부사장이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사이에서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면서 중흥그룹의 경영 기조를 대우건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전문성 약점 보완 가능할까
건설업에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라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건설업은 프로젝트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리스크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지식과 현장 경험이 중요한 분야다.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대우건설의 전략적 방향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무적 문제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지난달 영입한 정진행 대우건설 부회장을 통해 약점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 부회장 출신으로 풍부한 현장 경험과 기술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사장과 함께 대우건설의 주요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기술적 리더십을 보강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조직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그룹과의 유대 강화를 중심으로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한다면 정 부회장은 현장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적 부분에서 실질적 리더십을 발휘해 대우건설의 성과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