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비은행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달성"
하나, 마땅한 보험 매물 없어···"은행 키운다"
밸류업 공시도 KB는 '호평' 하나는 '예상 부합'

KB·하나금융지주 서울 사옥 전경 / 사진=각 사
KB·하나금융지주 서울 사옥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정부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에 나란히 실패한 KB·하나금융지주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서로 다른 전략을 내 눈길을 끈다. KB금융은 비은행 사업을 강조한 반면 하나금융 은행 사업을 키우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재관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전날 ‘코리아 캐피털 마켓 콘퍼런스 2024’ 간담회에서 “비이자와 비은행 기여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자이익의 비중이 크지만, 그룹으로 보면 비은행·비이자이익 비중 40%를 목표를 두고 있다"며 "은행업이 성장산업은 아니기 때문에 고속 성장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은행 사업을 확대해 이번에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관리하고,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모두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0%를 넘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계획을 모두 실행하려면 지금보다 더 적은 자본을 투입해 더 많은 이익을 내야 한다. KB금융은 비은행에 답이 있다고 본 셈이다. 

최근 KB가 호실적을 거두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곳은 비은행 계열사다.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전 금융업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올해 특히 비은행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로 인해 KB의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실적은 크게 깎였지만, 그룹 전체 실적은 여전히 금융지주 1위 자리를 유지한 것이다. 특히 KB손해보험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740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국내 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이다. 이에 KB금융의 전체 순익 중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분기 37%에서 올해 3분기 44%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정반대의 전략을 내놓았다. 오히려 은행 사업을 더 키우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부사장은 최근 열린 3분기 실적발표회 질의응답 시간에 “은행의 절대 규모가 더 성장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올해까지도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가 가장 높기에 비은행 강화의 필요성이 있지만 일단 은행에 자원을 가장 많이 배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하나금융이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기엔 M&A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전략을 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를 키우기 위해선 보험사 인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생명보험사 가운데선 메트라이프가 우량 매물로 꼽히지만 언제 시장에 나올지 알 수 없다. 손해보험사 중에선 롯데손해보험이 가장 괜찮은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 매각에 실패하면서 인수 매력도가 많이 떨어졌단 평가를 받는다. 이에 무리하게 M&A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 보다 차라리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 사업에 집중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두 금융지주가 이번에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사뭇 다른 반응이 나왔다. 시장에선 KB·하나금융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기대가 컸다. 앞서 KB·하나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신한·우리금융지주보다 늦게 공개했다는 이유로 정부의 밸류업 지수 편입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두 금융지주는 더 적극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 것이다. 

KB금융은 증권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최초로 보통주자본비율에 주주환원율을 연동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론적으론 총주주환원율이 50%를 넘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금융의 계획에 대해선 대체로 예상에 부합한다는 반응이다. 하나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을 13%로 관리하고 총주주환원율 50%을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ROE도 10%선을 유지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신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내용이었다. 다만 총주주환원율 50%를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한 점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입장에선 은행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에 은행을 더 키우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아직 약한 비은행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이익을 늘리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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