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IDS홀딩스 사업 적법성 강연한 혐의
피해자들에 향후 수익 클 것처럼 강연 해
법원 “정범의 기망 및 사기 범행 인식”
“피해자들 엄벌 탄원···범행 방법도 불량”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투자자들에게 사기로 밝혀진 사업에 대해 ‘실체가 있다’며 수차례 강연한 유사수신업체 고문 변호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구창규 판사는 6일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현직 변호사 조아무개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조 변호사가 장기간 공판에 성실히 임한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조 변호사는 2016년 4~8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 및 지점장 등을 상대로 김성훈 전 IDS홀딩스 대표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김 전 대표의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변호사는 또 IDS홀딩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며 수익이 나고 있고, 향후 수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연한 혐의도 받는다.
방조범은 정범(김성훈 대표)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실행행위가 구성요건적 결과를 실현한다는 사실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인정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김 전 대표의 1심과 항소심을 김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왜곡해 강연했다”며 “강연 내용을 전달받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김 전 대표의 사업이 적법해 문제없다고 판단해 김 전 대표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조씨가 변호인으로서 1심과 2심의 판결 취지를 이해할 능력이 있었다”며 “적어도 김 전 대표의 기망 및 사기 범행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양형 사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가담한 범행 때문에 피해자들은 30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며 “피고인이 변호사 지위를 전면에 내세워 김성훈 전 IDS홀딩스 대표를 지지하는 강연함으로써 피해자들이 (투자) 자금을 제공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로서 사회질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변호사법에 규정됐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와 의견을 제공했다”며 “범행 방법이 불량하고 피해를 회복하거나 용서를 받지 못했고, 일부 피해자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접 기망하는 방법으로 가담하지 않고 방조했기 때문에 가담 정도가 가볍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의 형사처벌은 피해자들의 계속된 처벌 요구로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지난 2017년 조 변호사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이듬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들이 검찰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자 서울고검이 2018년 재기수사를 명령하면서 재수사 4년 만에 기소가 이뤄졌다.
조 변호사는 정치인 보좌관 출신이다. 지난 2014년 IDS홀딩스 회장 유아무개씨의 소개로 사기·유사수신행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김성훈 대표의 변호를 맡은 이후 IDS홀딩스의 고문변호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변호사가 피해자 등을 사대로 강연을 한 시점은 김 대표가 구속되기 직전이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김 대표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에서 ‘방문판매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 기소 가능성이 높다’ ‘(소속 법무법인 변호사들)의견 수렴 결과 현재 지점 운영 상황으로는 다단계 조직 부분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잠정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등 김 대표의 범행을 이미 인식하고 있던 정황이 나타난다.
‘제2의 조희팔’이라 불리는 김 전 대표는 다단계 조직 IDS홀딩스를 설립한 뒤, 1만2000여명에게 1조원대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2017년 12월 징역 15년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