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없었다면 목표 달성 가능 수준
신차 수출 호조에 美 본사 투자 검토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의 국내 자동차 연 50만대 생산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7, 8월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국GM은 친환경차 생산 등 미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1~9월 국내 자동차 34만1389대를 생산했다. 올 초 목표로 제시한 50만대의 68.3% 수준이다.  지난 7~8월 이뤄진 노동조합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없었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GM 생산 추이.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GM 생산 추이.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GM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은 쉐보레 브랜드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뷰익 브랜드 앙코르 GX, 엔비스타 등을 생산중이다. 월 최대 5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연말까지 석 달간 15만대를 생산하면 50만대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8월 노사 임단협 난항으로 인한 노동조합 부분 파업이 빚은 생산 차질 물량 4만대를 고려하면 올해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 실적은 돋보였다. 한국GM은 3분기까지 소형 모델 4종을 북미 등에 32만6038대 수출했다. 전년 동기(29만4491대) 대비 10.7% 증가했다. GM 본사가 배기가스 규제 충족을 위해 저배기량, 고효율을 갖춘 소형 모델 4종을 미국에서 적극 판매한 덕분이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 사진=GM 한국사업장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 사진=GM 한국사업장

해당 기간 현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21만3513대) 대비 47.5% 급증했다. 한국GM에 따르면 차량 4종의 현지 소형(B-세그먼트) SUV 시장 내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한국GM 내년 생산은 호조세가 전망된다. 지난해 부분변경모델로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와 신규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GM 본사가 탄소 무(無)배출 정책의 일환으로 저배기량, 저배출량이 특징인 소형 모델의 판매를 지속 촉진하는 점도 생산 호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다.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통해 소형차 4종의 부분변경모델 후속 생산을 추진한 점도 국내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노사는 오는 2027년 1분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수요에 따라 생산물량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한국GM 공장에서 내연기관차를 비롯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동력원별 신차를 생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통해 GM 브랜드별 신차 물량을 확보할 기회를 모색키로 합의했다.

젠슨 피터 클라우센 GM 생산부문총괄 수석부사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안규백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지난달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만나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젠슨 피터 클라우센 GM 생산부문총괄 수석부사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안규백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지난달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만나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난달 23일 방한한 젠슨 피터 클라우센 생산총괄부문 수석부사장은 국내 친환경차 생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방한 일정에 국내 공장을 순방하고, 노조 간부를 만나 PHEV 생산과 노후 생산설비 해결을 위한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 클라우센 수석부사장 발언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클라우센 수석부사장이 지난 4월 부임한 후 의례적인 세계 사업장 점검 일환으로 방한한 것을 특별하게 해석하긴 무리란 관측이다. 신차 생산물량 배정은 경영진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클라우센 수석부사장 발언으로 향후 계획을 예단해선 안된단 분석이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GM 한국사업장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GM 한국사업장

향후 과제도 있다. 클라우센 수석부사장이 노사 무분규 협력을 강조한 점도 한국GM 노사가 풀어가야 할 숙제로 꼽힌다.

클라우센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노조 간부에게, 올해 이뤄진 파업이 향후 한국 생산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반영될 수 있단 취지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이 신차 품질 확보, 수출 성과로 생산 경쟁력을 본사에 입증했지만, 노사 분규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 사업장은 GM의 온실가스 규제 대응에 필요한 중소형차를 생산하는 거점”이라며 “향후 상당 기간 GM 글로벌 사업에 있어 비중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이를 유지,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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