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04년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2015년엔 임금피크제 도입
간부사원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제기···대법원 전합 판단 계기
지난해 12월 소 제기 후 송달료 미납···재판부 “신의칙 반하면 각하”
변론기일 추후 지정 요청도 기각···“계류 중 파기환송심 사건과 달라”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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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현대자동차 퇴직 간부사원들이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로 손해를 봤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송달료 미납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두 달 뒤 변론기일을 다시 지정하면서 재판부 직권으로 소송을 각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고 측은 조만간 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5일 한아무개씨 등 32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고 원고 측 송달료 미납을 지적했다.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는 법원에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해야 한다.

재판부는 “원고가 송달료를 납부하지 않아 기일 통지나 보정명령조차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송달료 부족으로 소송 진행이 어렵다면 민사소송법 대원칙상 신의칙에 반하는 소송으로 보고 소 자체를 각하할 수도 있다. 원고에게 이를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피고인 현대차 측도 “원고 측이 대리인을 선임해 주장이 정리되면 이에 맞춰 (반박 서면 등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늦어졌다”면서 “원고 측의 협의가 원활한지 의문이고 매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으므로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원고인 한씨는 “대리인이 선임되면 정상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거의 지정단계에 있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의 송달료 미납에 따라 재판이 공전했다는 사실, 송달료가 계속 미납될 경우 소 자체가 각하될 수 있다는 것을 원고에게 경고했다는 사실 등을 조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또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유효성을 다투고 있는 선행 사건의 결론까지 변론을 미뤄달라는 원고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자체의 무효를 다투는 사건이 아니다. 이후 추가된 임금피크제의 무효를 구하는 사건이다”면서 “지금 계류된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과는 내용이 달리하고, 그 사건이 진행돼야 우리 사건도 진행할 수 있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려움으로 기일을 추정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1월14일로 지정됐다. 한씨는 변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대리인을 선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씨 등은 2004년 현대자동차가 간부사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않았고, 2015년에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며 지난해 12월 1인당 2000만 원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냈다.

이 청구는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판결이 지렛대가 됐다. 당시 대법원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라면 ‘노동조합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근로자에 불리하게 변경할 수 있다고 인정해 왔던 기존 판례를 깨고,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합은 ‘노동조합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불이익 변경이 유효하다며, 현대차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심리를 다시 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간부사원 측은 ‘대법원이 현대차가 근로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제정한 불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민사상 불법행위로 판단되면 불법파견에서의 손해배상 청구 사례처럼 소멸시효는 최대 10년까지 확장될 수 있으며, 현대차에서 퇴직하거나 재직 중인 간부사원 인원을 생각하면 소송 결과에 따라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게 간부사원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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