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0.5포인트 '빅 컷' 단행 이어 추가 인하 가능성
상식적으로 금리 인하기 변동금리 선택 유리···현재는 정 반대 현상 지속
가산금리 부과 결과라는 점에서 정부의 고정금리 확대 정책 추진 여파 커
당분간 역전 현상 지속 가능성···중도상환수수료 사라지는 3년 후 더 저렴한 상품 갈아타기 시도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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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 컷을 단행한 가운데 금리 변동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6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만 현재 은행권에서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의 가산금리 부과의 결과라는 점에서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고정금리 확대 정책 추진 여파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57~6.67%으로 집계됐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75~6.15%로 나타났다. 고정금리의 경우 9월 말 기준 3.64~6.15%에서 하단이 0.11%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변동금리보다는 더 낮게 형성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개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은 4.09~4.47%를 확인됐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9월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긴축 통화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짚어야할 점은 연내 0.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하는 등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 진입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0.25%포인트 낮출 것을 기정사실로 판단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안내에 따르면 금리 인하기에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통상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게 설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금리가 추가로 떨어지면 이자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는 은행들이 만기를 짧게 잡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고정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대출 시장에서 이 같은 일반론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근 변동금리는 시장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 역주행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결과 지난 8월 기준 3.3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9월 3.40%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치다.

그러나 5대 시중은행 변동금리(4.57~6.67%)는 3개월 전인 6월 말(3.74~6.62%)과 비교해 오히려 하단 기준 0.83% 가량 올랐다. 시장 금리는 떨어지는데 소비자 대출 금리는 더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과 코픽스 금리가 비슷했던 2022년 9월(4.09~6.40%)과 비교해도 현재 변동금리가 하단 기준 0.48%포인트가량 높다.

이는 은행들이 변동금리에 더 강한 가산금리를 부과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특히 금리 역전 및 역주행 현상은 모두 정부가 고정금리 확대 정책을 추진한 전유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미래 금리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면서 "변동금리 대출을 축소하고 고정금리를 확대하라"고 은행권에 요청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은행권에 고정금리 주담대 비율을 30%까지 늘리라고 주문했다.이에 은행권은 고정금리로 소비자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변동금리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있다.

현재 고정금리 금리는 변동금리 조건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차주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금리인하기에는 변동금리가 더 유리하다'는 일반론에 따라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다가 더 높은 이자 부담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가 현재 1%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면서 "향후 금리 인하의 시점 및 폭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비싼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리 추이는 시장논리와 정반대이지만 가계대출 관리를 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명확한 만큼 최소 2년은 이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은행도 고정금리 상품은 많이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지는 3년 후 더 저렴한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할 수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는 고정금리 1.4%, 변동금리 1.2%다. 또 상당수 은행들은 대출기간 3년경과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무료로 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대출 상품 변경이 자유로워진 상황"이라며 "은행 창구에서도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고 향후 상품을 바꾸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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