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가나 출장길 오르며 카카오 농장 점검
롯데 대규모 임원인사 가능성···이창엽 대표 연임 무게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웰푸드 주력 제품인 빼빼로 해외 매출액이 처음으로 국내를 앞섰다. 롯데웰푸드는 다가오는 빼빼로데이에 맞춰 미국 시장을 강화하고 빼빼로를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키우겠단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롯데웰푸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이창엽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오는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미국 북동부 코스트코에 빼빼로를 입점시켰다. 빼빼로의 미국 코스트코 입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3월 캐나다 코스트코에 빼빼로가 입점된 이후 북미 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카카오 가격인상···롯데웰푸드 3Q 실적 주춤
롯데웰푸드는 미국 코스트코에 ‘빼빼로 어쏘트’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빼빼로 어쏘트는 빼빼로 아몬드·화이트쿠키·크런키 3종으로 구성된 특별 패키지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지난 3월 캐나다 코스트코에 먼저 입점한 빼빼로 어쏘트 추가 발주가 계속 이어지면서 지난 6개월간 누적 판매량 30만갑 이상을 기록했다.
빼빼로는 미국·동남아·중동 등 약 5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연간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 빼빼로 수출 매출은 약 3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신장해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앞섰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롯데 인디아의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빼빼로 첫 해외 생산 기지가 가동될 예정이다.
다만 롯데웰푸드는 빼빼로의 원재료인 카카오 가격 급등 탓에 수익성이 악화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톤당 5974.8달러였던 카카오 가격은 올해 7347.7달러로 치솟았다. 신 회장이 지난 10월 한일 롯데 식품사 경영진과 아프리카 가나를 찾아 가나 수훔 지역의 카카오 농장을 점검한 이유다.
롯데웰푸드는 올 1~3분기 누적 매출 3조737억원, 영업익 1767억원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4% 줄었지만 영업익은 19.5% 늘어난 규모다. 올 3분기엔 매출 1조785억원, 영업익 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5.7% 줄었다.
롯데웰푸드는 3분기 IR 자료를 통해 “식자재 채널 합리화 등 영업구조 개선 활동으로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수익성 개선에도 카카오 원가 부담에 손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듯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웰푸드 챙기기에 나섰다. 신 회장은 지난 9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신 회장은 “한일 롯데가 긴밀하게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이 되어달라”면서 “해외 매출 1조원이 넘는 다양한 메가브랜드 육성에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향후 빼빼로를 브랜드 매출 1조원대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동남아·북미 지역 등에 빼빼로 수출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인도 시장 내 지배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4조클럽’ 달성했던 이창엽 대표, 거취 여부는
시선은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에게 쏠린다. 이 대표는 최근 신 회장과 출장길에 동행하며 사업 점검에 나섰다. 이 대표는 부임 첫해 매출 4조664억원의 매출을 일구며 롯데웰푸드를 ‘4조 클럽’에 입성시켰다. 영업익도 전년 대비 57.5% 증가한 1770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까지 롯데웰푸드 누적 실적도 양호한 가운데 전체 실적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이창엽 대표는 LG생활건강 부사장, 한국코카콜라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소비재 사업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22년 말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웰푸드 수장에 올랐다. 이 대표는 대표이사로는 롯데그룹 창사 이래 첫 외부인사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 대표는 해외사업과 헬스&웰니스 사업으로 연임에 청신호를 켰다. 이 대표는 임기 초 무설탕·당류 브랜드 ‘제로(ZERO)’를 앞세워 과자, 아이스크림, 요거트 등 제품 구분 없이 20여종에 가까운 제로 라인업을 다각화했다. 제로 브랜드는 지난해 4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냈다. 일각에선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통상 10~11월 임원 자체 인사 평가를 진행했지만 2020년부터는 9~10월로 인사평가를 앞당겼다. 올해는 이보다 앞선 7월에 제출받았고 8월 중순쯤 각 임원들이 자기 평가와 공적서 제출 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선 롯데그룹이 이번에 대규모 인사 변동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롯데는 ‘안정’을 키워드로 임원 인사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창엽 대표의 경우 최근 신 회장과 해외 출장길에 올랐고 롯데웰푸드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단 평가가 나와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