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주가 하락···9만원에서 2만원으로
자본력은 국내 은행주 가운데 최고 수준
총주주환원율 계획·ROE 목표치 '주목'

경기 판교 카카오뱅크 사옥 내부 / 사진=카카오뱅크
경기 판교 카카오뱅크 사옥 내부 / 사진=카카오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선 카카오뱅크의 자본력이 업계 최고 수준이기에 공격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주가가 계속 곤두박질쳤기에 이번 밸류업 계획이 중요하단 평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4분기 안에 밸류업 계획을 공시할 예정이다. 국내 은행주 가운데선 카카오뱅크와 기업은행 외엔 모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내놓았다. 카카오뱅크가 이번에 공개하는 내용은 인터넷은행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나머지 두 개 인터넷은행은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그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6일 상장한 뒤 이 회사의 주가는 한때 9만원을 훌쩍 넘겼지만, 어느새 공모가였던 3만9000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2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특히 올해 다른 은행주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효과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카카오뱅크는 제자리였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진 점도 주가에 악재가 됐다. 지난 7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주가 조작·지시 혐의로 구속됐다. 김 위원장이 처벌을 받아 카카오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이 내려지면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 있다.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뱅크의 주주환원 의지는 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2년 출범 후 최초로 결산배당을 했다. 상장 다음 해에 바로 배당을 진행한 것이다. 주당 80원으로 총 381억원을 주주에게 나눠줬다. 배당성향 1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듬해엔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도 진행했다. 총 130억원 규모다. 더불어 결산 배당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주당 15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2023년의 총주주환원율도 10%포인트 오른 24.4%를 기록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본비율을 보면 카카오뱅크는 대규모 배당도 가능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27.68%를 기록했다. 규제치인 8% 대비 20%포인트 가까이 크게 높은 수준이다. 2021년 상장 ‘대박’을 이룬 후 줄곧 이 비율이 30% 내외를 기록했다. 더구나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기에 카카오뱅크의 보통주자본비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금융지주와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이 비율을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시행한다.  

자본의 절대적인 규모도 주주환원을 확대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자기자본(보통주)은 6조2895억원으로 지방금융지주인 DGB(5조552억원), JB(4조8578억원)보다 더 많다. 인터넷은행은 자본규모가 적어 보통주자본비율의 변동 폭이 다른 은행보다 더 크다는 지적은 카카오뱅크엔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총주주환원율 달성 목표치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공통적으로 보통주자본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보통주자본비율 관리는 문제가 아니다. 총주주환원율의 목표치는 몇 %일지,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대형 금융지주가 내놓은 안과 비슷하게 총주주환원율 50%를 2027년까지 이루겠다는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국내 금융지주의 밸류업 계획 중 ROE 목표도 핵심 내용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ROE가 다른 은행과 금융지주 대비 크게 낮다. 상장 이후 대규모 자본을 확보한 것 대비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ROE 5.97%로 다른 은행주 대비 크게 밀린다. 대형 금융지주는 8%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지방금융지주의 경우 JB는 12.13%, BNK 6.43%, DGB 6.69% 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상장 직후를 생각하면 현재 주가는 많이 아쉬울 것"이라면서 "더구나 규제로 대출 영업에 제한이 있는 만큼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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