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 달러 강세 속에서도 금값 상승 추세
트럼프·해리스 美 대선 공약, 인플레이션 문제 대두 가능성 제기
경기 침체 겹치면 스태그플레이션···안전자산 선호 짙어지게 한 요인 평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과 함께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반대 움직임을 보여야 할 금값이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더욱 강해졌다는 의미로,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을 자극할 수 있는 미국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배경 중 하나로 꼽고 있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oz)당 2759.8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금 선물 가격은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에도 상승 흐름을 보이며 2764.9달러까지 치솟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금값의 상승 추세는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나기 시작했던 지난 2월부터 상승세가 가팔랐는데, 이 기간 금 선물 가격의 오름폭만 38.6%다. 연준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지난 9월 19일 이후로는 7.5% 올랐다.

금값에 부정적인 이슈가 다수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상승세의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금값 상승에 큰 동력이 됐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속도조절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니애폴리스·캔자스시티·댈러스 연은 총재 등이 최근 물가상승률과 노동시장 정상화를 들어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 피력한 것이다.

시장에선 여전히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동결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11월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을 15.7%로 봤다. 이는 지난주 9.1%에서 높아진 수치다.

달러 가치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점도 금값 상승에 제한적인 요소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104.08을 나타냈는데 이는 101.19였던 이달 초 대비 2.89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이다. 달러인덱스가 104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인 8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에 일각에선 금값의 상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결 상대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더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60%의 초고율 관세를 물리고 다른 모든 국가에 대해서도 최대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규모 국채 발행 등과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도 내걸고 있다. 이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10일 그리니치경제포럼에서 “트럼프의 무역, 통화, 재정, 이민 및 외교 정책의 조합은 해리스 민주당 후보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훨씬 더 높인다”며 “중동 긴장도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폴 튜더 존스 튜더 인베스트먼트 설립자는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가 감세와 지출 공약만을 내세우며 재정적자 리스크를 외면하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금을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의 대표적인 헤지 수단으로 꼽고 있다. 이는 과거 역사에서도 나타난 바 있는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오일쇼크 시기와 관련해 금 가격은 1970년 1차 오일쇼크 이전 온스당 30달러대에서 1980년 800달러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었다.

한편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금값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리 인하, 중앙은행의 구조적인 수요 확대, 지정학적 위험과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대한 헤지 효과 등으로 금값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 온스 당 290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는 내년 금값의 목표 가격을 온스 당 3000달러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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