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점유율 내려가면 나머지 업체 반사이익
코인원, 이용료율 인상·수수료 무료 '적극적 영업'
비이자 급한 카뱅, 가상자산 사업 '희망'될까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의 '업비트 독점구조'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나머지 업체들이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적극적으로 영업하기 시작한 코인원이 누릴 반사이익이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인원의 고객이 늘어나면 이 거래소와 계좌 계약을 맺은 카카오뱅크가 얻는 이익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시장 독점 논란과 관련 "조사해보겠다"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정무위 국감에 나와 “(업비트 독점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위원회를 만들어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단 입장이다. 

정부가 강하게 나서면 그만큼 업비트는 영업을 소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 시장 점유율은 50%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 5월엔 점유율이 약 80%에 달했다.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업비트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된다. 특히 가상자산 예치금 가운데 업비트가 보유한 비율로 따져봐도 업비트의 지배력은 두드러진다. 올해 8월 말 전체 예치금 5조원 가운데 75%인 3조7000억원 가량을 업비트가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의 정책으로 코인원이 큰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코인원은 고객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코인원은 예치금 이용료율을 기존 연 1.0%에서 2.3%로 크게 올렸다. 거래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코인원은 수수료 무료 정책도 시행했다. 앞서 빗썸은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통해 고객을 크게 모으는데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 처음으로 거래수수료를 일시적으로 받지 않기로 한 결과 1위에 오른 바 있다. 빗썸은 올해 2월부터 수수료를 다시 받았지만 점유율 20%대를 유지했다. 작년 상반기에 6%까지 떨어졌던 것 대비 크게 상승한 것이다. 코인원은 현재 점유율이 1% 내외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만큼 향후 성장가능성이 큰 셈이다. 

코인원에 실명계좌를 내주는 카카오뱅크도 얻는 이익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인원의 신규 고객이 늘어나면 카카오뱅크는 계좌 발급의 대가로 받는 수수료이익이 늘어난다. 또 코인원이 맡기는 예치금으로 인해 예금 규모도 커진다. 카카오뱅크는 코인원이 맡긴 예치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자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더불어 코인원 고객이 카카오뱅크의 예금과 대출, 펀드구매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도 높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비이자이익 관련 사업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대출자산 성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계금융 사업에 의존도가 큰 현재 사업 구조로는 규제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지난 2021년에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시행할 때 카카오뱅크는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한 바 있다.  

코인원이 예치금 이용료율을 올린 이유도 이러한 카카오뱅크의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지불하는 이용료는 은행으로부터 받은 이자 혹은 운용수익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코인원은 예치금을 카카오뱅크의 은행 상품에 넣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예금 이자를 코인원에 돌려주고, 코인원은 이를 투자자들에게 이용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코인원이 이용료율을 올렸다는 것은 카카오뱅크가 그만큼 코인원에 더 많은 예금 금리를 준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는 비용 증가를 무릎 쓰고 가상자산 사업 확장을 노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인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은행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뱅크와 사업한다는 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시장 경쟁 구도가 재편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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