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건전성 관리 '빨간불'
기대 수익 예상해 보험료 일정 비율 할인···예정이율 낮아지면 보험료 인상
주요 보험사들, 선제적 자본확충 통해 자본관리 주력···보험사별 대응 해법 상이할 것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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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사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설상가상 보험부채 할인율이 현실화되면서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년 보험료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주요 보험사들이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을 하며 자본 관리에 나서고 있는 만큼 보험사별로 대응 해법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사 K-ICS는 217.3%로  전 분기(223.6%) 대비 6.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말(232.2%)과 비교하면 14.9%포인트 내렸다. 경과조치 적용 전 K-ICS는 201.5%로 집계됐다. 전 분기(206.6%) 대비 5.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말(214.0%) 대비로는 12.5%포인트 내렸다.

K-ICS는 보험사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용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있다.

부채를 원가로 평가하는 기존 제도와 달리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보험사는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투자금 회수기간을 뜻하는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다. 금리 하락시에 자산과 부채의 평가가격이 올라가는데 부채 듀레이션이 긴 만큼 부채가 자산보다 더 많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결국 자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K-ICS 하락은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본격 금리 인하 시기를 맞아 K-ICS 비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1%포인트 낮아지면 생명보험사 K-ICS 비율은 25%포인트, 손해보험사 K-ICS 비율(경과 조치 전)은 30%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와 기준금리 하락과 맞물리면서 겹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IFRS17 도입 이후 보험부채에 적용하는 할인율이 높아 부채가 적게 잡히면서 실적이 부풀려졌다고 보고 4년에 걸쳐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대로라면 연말로 갈수록 K-ICS 비율이 금감원 권고치를 밑돌거나 보험업법상 최저 요구치(10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22곳의 생명보험사 중 16곳, 19곳의 손해보험사 중 12곳이 전 분기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양생명(166.2%), 하나생명(162.8%), KDB생명(155.4%) 등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소폭 상회했다. ABL생명(144.5%)은 경과유예조치를 적용했음에도 권고치를 넘지 못했다. 롯데손해보험(173.1%), 하나손해보험(160.6%)는 170% 안팎이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내년 보험료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보험사는 기대 수익을 미리 예상해 일정 비율로 보험료를 할인해주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는 낮아지고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금리 인하 시기에는 투자 손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예정이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주요 보험사들이나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등으로 일찌감치 K-ICS 방어에 나선 만큼 보험사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례로 한화생명은 지난 7월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당초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수요예측 이후 추가 투자자 모집 과정을 거쳐 2000억원을 추가로 증액 발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보면 높은 이익을 시현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금리 하락 및 할인율 현실화 방안으로 자본이 감소해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질 수 있어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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