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 2년 만에 상승 전환
전월세 가격 오름세···임대 수익률 5년 만에 가장 높아
“아파트 대체제로 관심···비아파트 대책도 영향”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로 찬밥 신세였던 오피스텔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인다. 아파트값 상승으로 대체 수요인 주거용 거래가 늘어난 데다가 금리 인하로 인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3분기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 지수는 2분기보다 0.05% 올랐다. 2022년 2분기 이후 첫 상승 전환이다.
월별로 보면 올해 7월 보합세(0.0%)를 보이며 하락 국면에서 벗어났다. 이후 8월에 0.03%, 9월에 0.02% 각각 전달 대비 오르며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29주 연속 오르며 오피스텔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와 가격 차가 벌어지면서 가격 매력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직장인 수요가 높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가격 회복세를 보이며 전 분기 대비 하락에서 상승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격은 전 분기(-0.12%) 대비 0.07%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직장인 및 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역세권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기피 분위기가 여전해 월세도 강세다. 월세가격은 전 분기 대비 0.49% 상승했다. 전월세 가격지수가 우상향하며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2019년 10월(4.86%) 이후 가장 높은 4.87%로 집계됐다.
서울 오피스텔 신고가 비중도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 8월 체결된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 873건 중 신고가 거래는 168건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8월에 매매 거래된 서울 오피스텔 다섯 실 중 한 실은 최고가에 팔린 셈이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 중 신고가 거래 비중은 1월 14%, 2월 10%, 3월 13% 등 연초 10% 초반대에서 꾸준히 오르다 8월 최고치를 찍었다.
신고가 거래 건수가 150건을 넘긴 것도 올 들어 처음이다. 거래량도 늘고 있는 추세다. 1~8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6825건(9월 30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5842건)보다 약 16.8% 증가했다.
개별 거래를 보면 아파트 대체재로 꼽히는 중형 오피스텔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송파구 신청동 ‘롯데캐슬골드’ 전용면적 74㎡는 8월 직전 최고가(6억8500만원)보다 2억4500만원 오른 9억3000만원에 팔렸다.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의 임차 수요가 높은 소형 오피스텔의 신고가도 잇따르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한양아이클래스’ 전용 20㎡는 최고가인 1억91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경매시장에서 관심이 높아졌다. 지지옥션 자료를 살펴보면 9월 서울 오피스텔(주거용) 경매 낙찰률은 전월 대비 3.1% 포인트 오른 23.5%, 낙찰가율은 0.3% 포인트 오른 85.4%를 기록했다.
서울 오피스텔 시장 회복은 주거용 오피스텔 수요가 늘어난 것 외에도 정부의 비(非)아파트 활성화 대책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8·8 대책을 통해 전용 60㎡ 이하 신축 소형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구입하면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산정 시 주택 수를 제외하는 기간을 2027년 12월까지 연장하고, 기축 소형 오피스텔을 2027년 12월까지 매입 임대할 경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오피스텔을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가 더 유입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주거 수요가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로 이동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 높아졌다”며 “여기에 8·8 대책 인센티브도 오피스텔 거래 시장에 숨통을 요소로 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