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신한지주, 대규모 자금 필요
신한라이프, 자본력·이익규모 업계 상위권
당국 규제 완화도 중간배당 결정 배경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에 이어 신한금융지주도 보험계열사의 중간배당을 받는다. 신한금융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올해 주주환원 규모를 늘리려 하는 만큼 은행 외 계열사의 배당금도 늘려 재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신한라이프는 자본여력이 크고 이익도 많이 거두고 있기에 지주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라이프 이사회는 최근 올해 중간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신한라이프의 지분은 신한금융이 모두 가지고 있기에 배당금은 전액 지주가 갖는다. 구체적인 배당 규모는 향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통합법인 출범 후 첫 중간배당이다. 앞서 ‘라이벌’인 KB금융지주도 올해 8월 보험계열사인 KB손해보험·라이프생명으로부터 총 4000억원의 중간배당을 받은 바 있다. 신한라이프가 지주로 보내는 배당금은 늘고 있다. 2022년 1623억원에서 2023년 1653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며, 올해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합치면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이 신한라이프로부터 중간배당을 받는 이유는 ‘밸류업’ 정책 때문이다. 신한은 정부의 정책에 맞춰 지난 7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7년까지 당기순익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매입에 활용하는 금액의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6%를 달성했기에 올해는 이보다 더 늘려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다. 그만큼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싸고 금융지주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다고 언급한 이후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4분기에 발표하겠다고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예고 공시를 했다. 이에 질 세라 신한금융은 7월에 가장 먼저 계획 자체를 금융권 최초로 공개했다. 이것이 주효해 신한금융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밸류업 지수’에 KB를 제치고 편입됐다.
신한라이프의 자본력은 보험업계에서 상위권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235.47%로 22개의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6번째로 높았다. 더구나 신한라이프는 향후 이익도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라이프의 올해 6월 말 기준 보험계약마진(CSM)은 7조709억원으로 전체 생보사 가운데 세번째로 많기 때문이다. CSM은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추산한 지표로, 이 규모가 크면 향후 거둬들이는 보험영업이익도 많을 것이란 걸 의미한다.
더불어 당국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를 완화하기로 한 점도 신한라이프가 중간배당을 결정한 배경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에 소극적이었다. 당국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보험사의 부채 규모가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줘야할 환급금 총액보다 더 줄어드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당국은 올해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200% 이상인 곳에 한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 대비 80%로 낮춰준 것이다. 신한라이프는 규제 완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신한라이프의 자본력, 이익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지주로 보내는 배당 규모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주가 보험사 배당금을 활용해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면 자본부담도 줄일 수 있단 장점도 있다. 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보험사의 자산·부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비연결 대상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의 배당은 외부 회사로부터 자금을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발생한다. 그만큼 금융지주가 외부 주주에게 배당을 할 때 보험사의 자금을 활용하면 BIS비율도 적게 하락하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가 목표로 내세운 주주환원율을 달성하기 위해선 은행 배당으론 부족하기에 비은행 계열사의 배당금을 계속 늘릴 것"이라면서 "생보 계열사의 배당은 당분간 신한이 KB보다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