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미생물 분해‧산업폐기물 활용 등 눈길
독보적 기술력 바탕 글로벌 진출 계획도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친환경‧지속가능 성장에 방점을 찍고 관련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재활용 플라스틱 활용 범위 확장 중인 ‘리플라’…‘이노맥신’, 비용 낮추고 순도 높여
16일 테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는 데모데이 행사 ‘퓨처 모자이크(Future Mosaic)’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약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의 스피치가 진행됐다. 각 대표들은 자사의 비전과 경쟁력, 사업 진행 상황, 향후 계획 등을 상세히 밝혔다.
서동은 ‘리플라’ 대표는 첫 연사로 나서 직접 발견한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을 활용한 재활용 플라스틱의 활용 범위 확장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서 대표는 “플라스틱은 다 없애는 게 아니라 잘 남겨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90% 밖에 플라스틱이 재활용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1~2%의 미세한 다른 재질까지 혼합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현장에서 이른바 ‘로스(loss) 플라스틱’이 발생하고 있고, 저품질로 재활용됨에 따라 재활용업체 입장에서 적지 않은 매출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리플라는 특정 플라스틱 재질만 분해하는 미생물의 선택적 분해능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지난 2016년부터 진행한 상용화 연구를 통해 현재 1시간에 1.25톤 분량의 연속 처리가 가능한 설비를 현실화했다.
현재 현장에서 샘플 테스트 등과 피드백을 통해 고도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고, 재활용 플라스틱 순도도 99.65% 수준까지 향상시켰다.
서 대표는 “기존 재활용 분리 업체에 설비를 공급하고, 기존의 저품질로 납품되던 것을 고품질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서, “향후 노트북 컴퓨터, 폐 의류 등 분야까지 도입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산업폐기물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맥신(MXene) 소재 제조에 성공한 ‘이노맥신’의 오정민 대표도 스피치를 통해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올해 투자를 기점으로 빠른 스케일업을 통해서 생산 능력을 확대한 후 우리가 원하는 시장에 소재를 공급함으로써 빠른 매출 증대를 이룩할 것을 장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신은 높은 전기 전도성과 전자파 차폐 능력을 갖춘 미래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소재의 높은 단가로 인해 제약이 존재해왔다.
이에 이노맥신은 주요 원료인 타이타늄 금속을 재활용한 타이타늄 스크랩, 타이타늄 산화물을 활용해 소재의 제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경쟁력을 확보했고, 다른 맥신 소재에 비해 순도, 특성 등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또 이노맥신의 맥신은 전자파 차폐 성능이 가장 뛰어난 2차원 나노 신소재로 산업에서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오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전자파로 인한 오작동, 배터리 화재 예방 등을 방지할 수 있고, 국방 산업, 나노 의학, 반도체 시장 등 사업 분야로의 확장성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 EV배터리‧AI 데이터 전력 등 사회문제 솔루션 제시 ‘레이저앤그래핀’‧‘페블스퀘어’
최근 EV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잘 알려지게 된 인조흑연과 관련한 솔루션도 이날 행사에서 제시됐다.
이근우 ‘레이저앤그래핀’ 대표는 높은 품질과 안정성으로 인해 현재 EV 배터리 시장의 77% 이상이 인조흑연을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94.3% 이상이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2030년부터 공급 대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친환경적이지 않은 인조흑연 생산 공정과 생산성 측면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이에 레이저앤그래핀은 고효율 레이저 가공 기술을 이용해 미활용 목재 바이오매스를 소재로 고품질 인조흑연 생산에 성공했다.
이와 같은 생산 방식은 원재료의 풍부함과 친환경적 공정 과정 등으로 그동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kg당 1000원 이하의 저렴하면서도 연간 255만톤 이상 버려지는 풍부한 미활용 목재인 톱밥을 가지고 탄소 저감 효과를 갖는 친환경 고품질 인조흑연을 생산해내고 있다”며 “전기 열분해를 대체해 1초 안에 3000도 이상의 온도 상승을 일으킬 수 있는 첨단 레이저 가공 기술을 통해 기존의 인조흑연보다 생산 단가‧효율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까지 대량 생산 라인 장비를 통해 연 72톤의 생산성을 달성하고, 오는 2026년과 2027년 각각 국내 배터리 시장 진입, 미국 시장 본격화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페블스퀘어’는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전력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사의 AI칩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폰 노이만 구조의 전통적인 컴퓨팅 방식에서 벗어나 인간의 뇌 신경과 같은 병렬 처리 방식을 적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청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충현 페블스퀘어 대표는 “데이터센터가 소모하고 있는 전력을 조사해 보면 전 세계 전력 소모의 약 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캐나다, 프랑스 등 국가들의 1년 사용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AI가 더욱 발전하고 보편화되면서 전력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후 현재의 전력 사용량보다 약 10배 정도가 필요하고, 이는 ‘AI 시대’ 실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페블스퀘어의 문제의식이다.
페블스퀘어는 폰 노이만 구조를 따른 컴퓨팅 방식이 전력 소모에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하고, 이를 저장, 연산 등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뇌 신경 방식에서 답을 찾았다. PIM(Processing-In-Memory) 기반의 고성능‧초저전력 AI 칩은 그 결과물이다.
메모리와 연산 기능을 통합해 근본적인 전력 낭비를 해결했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비교했을 때 생산량은 약 190배 이상 높다는 것이 페블스퀘어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기술은 홈IoT(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온디바이스 AI 어플리케이션에서 활용도가 높고, AI를 활용한 고장 진단,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까지 확장 가능할 것으로 페블스퀘어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