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 2012~2018년 조달청 납품가·물량 합의
각 사 손배액, 과징금 규모에 비례할 듯···현대제철, 동국제강 부담 커져
손배액 전부 인정 시 철강사 부담 과징금·손배액만 4000억 규모
소송 장기화 예상···공정위 과징금 소송도 대법원행

현대제철의 철근 제품. /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의 철근 제품. /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조달청이 수년에 걸쳐 공공분야 철근 입찰에서 낙찰 물량과 가격을 담합한 철강업체들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선 가운데 손해액을 약 1500억원 규모로 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강업체로선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2500억원대 과징금에 이어 추가적인 법적 리스크에 대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4일 조달청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제강사 7곳과 압연사 4곳 등 11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손해액 규모를 1476억원으로 산정했다. 

앞서 조달청은 철강업체들의 관급철근 입찰 담합 피해를 본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동소송 참여 의사를 물었다. 국가·지자체 구매 건에 대한 소송은 지난해 3월에, 공공기관 소송은 같은 해 8월 서울중앙지법에 소 제기를 완료했다. 

조달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은 지난해 소 제기에 나서며 손해액 규모를 산정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통상 담합사건의 경우 담합이 이뤄졌을 때와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손해액이 된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 대상 구매금액은 지난 2018년 계약금액인 약 1조1800억원으로 한정됐다. 2012~2017년 입찰금액은 상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5년이 지나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초 손배 청구 소송 대상 구매금액이 2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일부 지자체들이 소송 비용 등을 문제로 소송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청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업체별 손해청구액은 답변하기 어렵다”며 “향후 감정평가 결과나 청구취지 확장 등에 따라 손해액 규모는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철강 11개 사는 지난 2012~2018년 조달청이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 참여해 사전에 낙찰 물량을 업체별로 배분하고 입찰 가격을 합의했다. 입찰 공고가 나면 7대 제강사의 입찰 담당자들이 카페에 모여 입찰에서의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조달청에 가격자료를 제출하는 날 나머지 압연사 입찰 담당자들과 만나 업체별 낙찰 물량을 정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조달청이 제기한 거액 손배소 결과 따라 철강사들이 부담해야 할 법적 리스크도 향방이 갈리게 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별개로 담합에 따른 손해액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11개사에 대해 25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조달청이 주장하는 손해액이 법원에서 온전히 인정된다면 철강사들은 4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과 손해배상금을 내야 한다. 특히 높은 과징금을 받은 현대제철(866억1300만원)과 동국제강(461억700만원)의 경우 부담이 더 커진다.

조달청이 각 업체에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공정위가 이들 업체에 부과한 과징금에 비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동국제강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달청의 손배소 소송가액은 약 278억원에 달한다. 현대제철은 “소송사건의 결과 및 자원의 유출금액과 시기에 대해 합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해당 손해소 관련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싣지 않았다.

조달청이 요구하는 손해배상액이 큰 만큼 철강사들도 순순히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6개 제강사는 조달청 입찰 담합 혐의와 관련해 과징금을 내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앞서 이들 업체는 “과징금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정위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7월 패소했다. 이처럼 조달청이 제기한 손배소도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손배소 피고인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경우 손해액 산정 기준을 두고 원고와 피고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장기전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1심이 진행 중인 만큼 성실하게 사법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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