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감서 정부 감세정책 도마
글로벌 IT기업 조세회피 실태 지적
근로소득자 세제혜택 확대 필요성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정부 감세정책이 소득 및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킨단 비판이 제기됐다. 세정당국이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조세회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단 지적도 나왔다. 소득세 체계가 봉급생활자에 불리하단 분석과 함께 물가연동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단 의견도 있었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조세정책 분야 국감에서는 상속세 완화 등 정부 감세정책을 둘러싼 부자감세 및 양극화 심화 논란, 국내 진출 외국기업의 조세회피, 근로소득자에게 붏리한 세제 문제 등이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부자감세”vs“시대변화 반영” 정부 감세정책 공방
최근 정부가 공식화한 유산취득세 도입 등 상속세 개편을 두고 야당은 우리사회 불평등을 심화하는 부자감세라고 비판했다. 지속적으로 커져온 우리사회 소득, 자산격차가 상속세 완화로 더욱 심화할 수 있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진성준 의원은 “올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간 소득차이가 10배 가까이 난다. 순자산 1분위(하위 20%) 가구 자산은 3596만원인데 반해 5분위(상위 20%)는 15억685만원으로 약 40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부동산 자산은 더 심각하다. 자산 1분위 부동산은 평균 854만원인데 5분위는 평균 12억634만원으로 141배”라고 지적했다.
소득, 자산 격차 확대로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조세, 재정 역할이 중요하단 의견이다.
진 의원은 “소득세와 재산세의 누진세제는 이런 소득,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는 핵심 정책 수단이다. 이걸 촘촘하게 잘 만들고 강화해 우리 사회의 부의 재분배, 소득 재분배를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세제 개편을 두고는 “부의 격차를 개선하기보다는 거대 자산가들에게 혜택을 집중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최기상 의원은 “조세 기능은 재원 조달, 소득과 부의 재분배, 시장실패 교정인데 윤석열 정부는 부자감세로 인해 세 가지 다 실패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10대 기업 총수 중 9명이 세습으로 기업을 물려받았고, 5명은 전과도 있는 점을 거론한 최 의원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개인적 일로 온 국민이 아는 재판을 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다”며 “보통 국민들은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들은 아마 형제들끼리 경쟁했을 것이다. 능력 검증이 안 됐고, 공정했다면 전과가 있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기재부가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는 게 아니라 있는 사람들, 재벌 승계에 도움을 못 줘 안달난 것처럼 보인다”며 “혹시 기재부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 후 가야 할 곳이 대형 로펌, 기업 관련된 곳이라 그런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정부는 부자감세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부도 저소득층 취약계층의 자산, 소득 부분이 어려워지는 점, 우리사회의 계층간 이동성이 약화되고 있단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생계급여 등 복지지출 관련 부분은 어느 정부보다도 많은 부분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사회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노력은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은 현행 상속세가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개편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본래 상속세는 일부 고소득자들이나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과세되는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중산층까지 부담을 지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2005년 기준 상속세 과세 비율이 0.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6.8%, 2만명에 육박한다”며 “같은기간 결정 세액은 7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특히, 서울은 2%에서 15%로 7배 넘게 늘었다”고 언급했다. 상속세 과세 대상과 징수액이 크게 늘어나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단 지적이다.
구 의원은 “상속세 일괄공제액이 5억원이다. 현행 상속세가 도입된 1997년 서울 아파트 가격 평균이 1억5000만~2억원 정도 됐다”며 “부모가 아파트 한두채 정도는 세금 없이 물려줘도 될 정도가 제도 취지였다 생각한다. 지금 서울 집값이 13억원 정도 되다보니 대다수가 걱정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도입이 됐더라도 25년간 상속세 제도가 변화가 없었다”며 “우리 사회, 경제에 여러 변화에 맞춰 다시 디자인을 바꿔보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부의 대물림이나 공정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것이 지금은 필요없단 게 아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추구해야 할 가치가 커졌기에 균형잡힌 사고를 해보잔 취지의 상속세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진출 글로벌 빅테크 조세회피 실태 지적
국내에서 천문학적 돈을 벌면서 턱없이 적은 세금을 내는 글로벌 IT기업의 조세회피 상황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국재정학회가 구글코리아, 넷플릭스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 주요 빅테크 기업 한국 법인에 대해 매출액, 법인세를 추정한 결과 지난해 각 법인의 보고 수치는 추정치에 비해 약 수십 배가량 과소 보고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점을 거론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은 주요 수입원인 앱 장터 수수료, 유튜브 광고 수입,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요금 등을 한국 법인인 구글 코리아 매출로 잡지 않고 있다”며 “한국 법인은 싱가포르 법인 업무를 단순 대행하고 서버도 싱가포르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 매출의 대부분을 싱가포르 법인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연합 최고법원이 빅테크의 조세 회피가 공정 경쟁을 왜곡시킨단 점을 근거로 애플에 130억 유로(약 19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박 의원은 이 판결에 대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수익에 합당한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불법 지원에 해당한다는 논리”라며 “그 나라에서 번 돈은 당연히 그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0년 구글 서버가 외국에 있더라도 국내에서 실질적 사업을 한다는 점을 근거로 국세청에서 법인세 6000억원을 추징했지만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해외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매출 방식 산정 방식을 개선하고 조세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부총리는 “디지털 기업이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기업이기에 이들이 전통적 방식의 과세를 벗어나 매출 발생국에서 과세권이 추가 배부돼야 한단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방법론에 있어 지금 OECD G20 포괄협의체에서 그 부분 논의가 돼고 있다. 우리도 적극 참여하고 있기에 조속한 타결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 사례도 거론됐다.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2022년 법인세 1900만원, 부가세는 1억9500만원만 냈다.
박 의원은 “에어비앤비 본사 주소지는 아일랜드로 돼 있다. 사업자등록증이나 영업신고와 관계없이 플랫폼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영업이 가능한 구조”며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그 수입은 아이랜드로 가는 행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 고정사업장 소재지와 관계없이 시장이 형성된 소재지국에서도 과세권이 생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또 “일부 글로벌 사업자들의 경우에는 유한회사 또는 유한책임회사 형태를 통해 공시의무, 이사회와 감사기관의 불필요 등 맹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과의 형평성은 물론이고 단지 소득과 고정 사업장 소재지가 다르단 이유로 조세의무를 회피하는 해외기업의 무책임한 행태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회사 형태의 전환, 디지털 글로벌 기업의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그걸 논의하고 실행할 방법에 대해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근로소득자 세제혜택 강화 필요성 제기
봉급쟁이로 불리는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제 배려가 필요하단 의견도 있었다. 정부 정책 대부분은은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맞춰져 있고, 급여생활자에 대한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단 문제제기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세금 제도가 월급쟁이에게 더 불공평하다. 개인사업자나 기업은 이익을 내기까지 소요되는 각종 비용을 폭넓게 공제받는 반면 직장인이 소득을 창출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공제해주는데 매우 인색하다”며 “출근길에 입고 나온 정장이나 점심 한 끼까지 직장인이 다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했다.
출근길 차량을 예를 들면, 개인사업자가 출근할 때 이용하는 차는 찻값이나 기름값까지 연간 1500만원까지 공제해 주지만, 직장인이 자차로 출근할 땐 공제해주는 게 하나도 없고, 원천징수까지 당하고 있단 지적이다.
임 의원은 “사업자는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세회피 여지도 있지만, 월급쟁이들은 조세회피도 할 수 없다”며 “소득세수를 보면 근로자가 내는 세수는 62조원인데 사업자가 내는 세수는 19조원으로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단 의견도 있었다. 임 의원은 “우리나라가 자산에 대한 과세는 빈틈이 많기에 강화해야 하지만 월급쟁이 세금 부담은 줄여줘야 한다”며 “소득세 물가 연동제가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세수감소, 고소득자에 대한 혜택 등 여러 고민지점이 있지만, 고소득자 혜택 제한 방안까지 포함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월급쟁이들이 우리 세수 확보 차원에서 애국자”라며 “근로소득세 관련 실효세율, 면세자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여러 어려움은 있다. 일단 조세소위에서 같이 논의해볼 필요가 있고, 소득세물가연동제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