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50%→3.25% 인하···3년 2개월 만에 기조 전환
장용성 금통위원, 금리 동결 소수의견
“금리 인하하지만 금융안정 상황 고려해야”
금리 인하 실기론엔 “동의하지 않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매파적 금리 인하’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리를 내렸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다시 강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금리를) 인하하지만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매파적 인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1년 8월 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한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이 총재를 포함한 금융통화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했다. 장용성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1명은 3개월 후에도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였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실질 금리 통화 긴축 정도가 강화되고 성장 전망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금리 인하를 통해 긴축 정도를 완화할 필요가 커졌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가운데 정부가 필요하다고 하면 추가적인 조치를 시행할 것임을 밝혔고,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서 외환 부분의 부담도 다소 완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안정을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9월 수치로 금융안정을 단언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가계부채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고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함으로써 금융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실기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실기했느냐 안 했느냐는 내수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하는지 아니면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하면서 하는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판단이 옳았는지는 지금 당장은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년 정도 시간이 더 지나서 경기 상황과 금융안정을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를 보고 평가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를 8월에 인하하지 않은 것이 실기 아니냐고 질문하는 분이 계시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던 것을 예상했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금리 인상 과정에서 한은이 좌고우면하면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현 상황이 초래됐다는 시각도 있는데 그런 비판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상했다면 지금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내수 부진이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