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저축성 상품 비중···금리 하락하면 자본 늘어나
"금리 변동에 따라 건전성 출렁이는 것은 문제" 지적도

/자료=NH농협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NH농협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NH농협생명의 자본건전성이 업계 상위권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다. 농협생명은 저축성 상품 비중이 커 금리가 내려가면 건전성이 오히려 개선되는 재무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변화에 따라 건전성 수치가 요동치는 점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농협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경과조치 적용 전)는 217.27%로 3월 말 대비 약 4%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동기 대비론 50.18%포인트 크게 올랐다. 그 결과 전체 22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작년 6월 말 14위에서 올 6월 말 7위로 뛰어올랐다. 자산규모와 이익 규모에서 부동의 업계 1위를 달리는 삼성생명(201.55%)보다도 킥스는 더 높았다.  지난해 킥스 비율이 당국의 권고치인 150%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킥스는 경기 변동 혹은 인구구조의 변화 등 각 위험요인으로 인해 보험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본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 급격한 위기로 보험사의 자본이 마이너스가 되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부채(보험금, 해약환급금 등) 중 지급하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자본건전성 제도인 킥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분자는 보험사의 자기자본(가용자본) 분모는 보험사가 겪을 수 있는 위험을 액수로 측정한 규모(요구자본)로 구한다. 

농협생명의 자본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이유는 금리 하락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금리가 내려가면 자기자본이 오히려 늘어나는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통 보험사는 판매한 상품의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부채의 금리 민감도(듀레이션)가 자산보다 높다. 만기가 길 수록 금리 민감도도 높아진다. 이에 금리가 내려가면 부채가 자산보다 더 늘어나 자본이 감소한다. 만기가 길 수록 금리 민감도도 높아진다. 

하지만 농협생명은 전체 상품에서 저축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자산의 금리 민감도가 더 높다. 올 상반기 기준 수입보험료(개인) 가운데 저축성 상품의 비중은 54%에 달했다. 삼성, 한화, 교보, 농협, 신한 등 5대 생보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농협생명은 최근 보장성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저축성 상품은 만기가 보통 5년으로 상대적으로 짧다. 이 상품 비중이 큰 보험사는 금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원칙적으론 자산도 만기가 짧은 상품으로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저축성 상품의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 문제다. 보험사는 이익을 늘리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10년 이상 만기의 장기 채권을 많이 사들이게 된다. 그 결과 자산의 금리 민감도가 부채보다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금리 하락은 킥스 비율의 분모인 요구자본의 감소로도 이어졌다. 킥스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부담을 키웠던 '해지위험액'이 줄어든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사의 예정이율도 하락하기에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는 상승한다. 이에 기존에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들은 보험을 깨고 새로운 상품을 가입할 확률이 낮아진다. 보험을 해지할 위험 정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다만 농협생명의 자본건전성이 금리에 따라 큰 폭으로 변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엔 킥스 비율이 전 분기 대비  4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당분간은 금리 하락으로 건전성 개선이란 이점을 얻을 수 있지만, 상승기로 바뀌면 다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에 보장성 상품 비중을 계속 늘려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생보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상품 포트폴리오의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나머지 기간 동안에도 농협생명의 자본건전성은 추가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다만 이익 규모도 늘려야 하는 만큼 보장성 보험 비중을 계속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