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물보안법 통과 여부 주목
미중 갈등, 한국에겐 수혜 기회
"CDMO 업계 장밋빛 전망 금물"
준비된 기술력, 정책적 지원 필요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미국 하원이 중국 바이오기업 제재 내용을 담은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켰다. 전 세계에서 의약품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 내 중국 거래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CDMO 업계에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과 인도 등 타국가로 수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9일 미국 하원은 생물보안법을 찬성 306, 반대 81로 통과시켰다. 최종 통과까지는 상원의 승인과 대통령 서명 단계가 남아있다. 미국 상원에서도 이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생물보안법안이 통과돼 올해 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이 자국 안보와 관련해 우려되는 중국 바이오, 생명공학 기업과 거래 및 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미국 국민 유전자 데이터와 주요 바이오의약품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목적에서 발의됐다. 거래를 제한하는 기업으로는 중국의 임상시험위탁기관(CRO),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유전체 기업 등이 대거 포함됐다. CDMO 기업인 우시 앱텍, 우시 바이오로직스, 유전체 기업인 BGI 지노믹스, BGI에서 분사한 MGI 테크 등이 해당된다.  

국내 업계는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중국 의존도가 80%에 근접한 만큼, 중국 기업과 거래해온 기업은 늦어도 2031년까지는 새 파트너를 물색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 입지가 흔들리는 틈을 타, 국내 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기회가 왔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등 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관련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도 CDMO 기업의 생산 비용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도 CDMO 시장은 지난해 196억3000만달러에서 오는 2029년 446억3000만 달러로 연평균 14.6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스위스 역시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현지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CDMO 3강으로 꼽히는 스위스 론자, 일본의 후지필름은 빠른 속도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CDMO 매출 1위인 론자는 이날 기준 32만L인 생산능력을 4년 뒤 최소 79만L로, 같은 기간 후지필름은 14만L에서 75만L로 늘릴 예정이다.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인도, 글로벌 강자 론자와 후지필름.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생물보안법 수혜를 기대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바이오 안보 전쟁으로 단편적으로 국내 기업에 분명 수혜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정책적인 부분에서 규제를 풀어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기업과 수주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기업 자체의 고유 기술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 유예 기간이 길기 때문에 미국 내 중국 기업 거래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 예단하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 패권 전쟁으로 한국 기업에게 수요가 돌아갈 것이라는 ‘어부지리’식 논리는 단편적인 환상일 뿐이다. 정부는 세제 혜택을 비롯해 후발주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