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ADC서 새로운 기술이전 수요 물색
"피하 주사 제형 항체-약물 접합체, 특허 출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알테오젠이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내세워 ADC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ADC 치료제 제형을 바꾸는 것과 관련해 기술이전 수요를 끌어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이 항체-약물 접합체(ADC) 피하주사 제형에 대한 국내 우선권 출원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허 출원을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와 ADC 치료제의 피하주사 제형 개발 기술이전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2008년 설립된 알테오젠은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효능이 개선된 차세대 바이오베터 및 항체-약물 접합(ADC)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기업가치 대부분은 정맥주사(IV) 제형을 SC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인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에 있다. 이 기술은 전 세계에서 알테오젠과 미국 할로자임만 보유하고 있다.
앞서 알테오젠은 지난 2월 글로벌 제약사 MSD(미국 머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면서 바이오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인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일반명 펨브롤리주맙)’를 SC 제형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독점계약이다. 계약금만 267억원에 달했다.
◇ 차세대 항암제 'ADC' SC 제형 기술이전 수요 대비
알테오젠의 ADC 피하주사 제형에 대한 국내 우선권 출원은 ADC 항암 신약의 SC 제형 변경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 선행됐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ADC 치료제 피하주사 제형 개발과 관련해 “ADC 치료제를 정맥에 직접 주사할 경우 많은 양의 약물이 체내에 주입되면서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는데, 피하주사로 투약하면 주입량을 조절할 수 있어 더 안전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경쟁력을 강조했다.
ADC는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차세대 항암제다.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내면, 링커를 통해 결합한 세포독성 약물(페이로드)이 암세포만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즉 기존 표적항암제보다 치료 효과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대표적인 ADC 항암제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Enhertu)’가 있다.
2020년 이후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ADC 신약 관련 기술이전 계약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DC 분야에서 150개가 넘는 임상 단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텍 역시 새로운 항암제로서 ADC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개발전에 돌입했다.
ADC 치료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SC 제형 개발이 거론된다. 2028년 특허가 만료되는 미국 머크의 키트루다가 알테오젠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SC 제형 개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SC 제형으로 제품을 개량하면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를 연장하고, 경쟁 약물로부터 시장을 방어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양한 블록버스터 항암제가 SC 제형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 ADC 치료제 개발 기업=잠재 고객사
알테오젠은 2028년까지 ADC SC 제형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쟁사 할로자임은 아직 공식적으로 ADC 치료제 SC 개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ADC SC 제형 개발은 알테오젠이 첫 기업이라는 뜻이다.
지난 7월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발표한 ‘최근 국내외 ADC 개발 현황’에서는 이벨류에이트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ADC 시장 규모 전망치를 언급했다. ADC 시장은 지난 2015년 10억달러(약 1조원)에서 2023년 100억달러(약 13조원)로 증가했다. 2028년에는 280억달러(약 3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ADC는 전 세계적으로 항암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ADC 단일품목 매출 1위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27억2800만달러)였다. 2위는 스위스 로슈의 캐사일라(22억2900만달러), 3위는 미국 화이자의 애드세트리스(17억32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캐사일라의 특허 만료는 2026년, 애드세트리스는 2031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ADC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점쳐지면서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해 CDMO, SC 제형 개발 수요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ADC 의 상업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제조 생산, 바이오시밀러, 제형 변경, 바이오베터 등 여러 분야로 개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중에서도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경우 특허 만료를 앞두고 바이오시밀러와 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한데, 투약 편의성과 부작용 이슈가 적은 SC 제형 개발로 특허 연장 효과를 기대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독성이 강하지만 탁월한 치료 효과가 있는 ADC를 히알루로니다제와 함께 사용해 약물 치료 범위를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해온 바 있다”며 “향후 특허 전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으나, ADC 피하주사 제형에 대해서는 기술수출과 자체 개발을 병행한다는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