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대금 1조5950억 편취···특경법 사기·배임·횡령 혐의
검찰 “2년 전부터 사태 예견”···고의는 형법상 주관적 요소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 카드를 꺼내든 검찰이 혐의의 중대성과 고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영장청구 당시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던 검찰은 구 대표가 2년 전부터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각종 혐의에 ‘고의’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 구속영장에 이들이 2년 전부터 미정산 사태를 예견했다고 적시했다. 미정산 사태는 지난 7월 불거졌는데, 이보다 약 9달 앞서 주요 경영진들은 정산이 안 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인멸이 염려될 때,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구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이 이를 심사할 때는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등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한다. 검찰은 이번 사태가 중대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으며, 도주 우려 등이 있다며 영장을 청구했다.
범죄의 중대성은 소명된 범죄의 종류, 죄질, 동기, 피해의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피의자의 신병확보의 필요가 우선시되는 심각한 범죄를 의미한다. 검찰은 이 사건 사기 규모가 1.6조원에 달하고 피해자가 다수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구 대표가 2년 전부터 범죄를 모의했다는 구체적인 영장 청구 내용이 공개되면서 검찰이 대외적으로 고의성을 강조하는 모양새가 됐다. 형법에서 ‘고의’는 특별한 규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죄의 성립요소다. 특별히 규정한 죄에서만 고의가 없다면 벌하지 않는다. 구 대표의 미정산 인지 시점을 볼 때 범죄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된다는 게 검찰의 해석이다.
검찰은 구 대표가 티몬 인수 직후인 2022년 9월 다른 경영진에게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것 뽑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2년 전부터 큐텐 본사 측의 이익만을 위해 거래량 확대를 지시했다 게 검찰의 시각이다.
류광진 대표 역시 2022년 12월쯤 ‘길어야 6개월이 시한부인데 걱정이다. 이제 상품권도 거의 최대치’라고 말한 점 등을 토대로 정산대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류화현 대표도 올해 초부터 정산대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큐텐 재무본부장에게 ‘정산대금 미지급은 시스템 장애, 집계 오류 때문이라고 하겠다’며 허위 해명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큐텐그룹과 티몬·위메프 경영진이 2022년 말 기준 5000억여원에 달한 미정산 금액을 460억여원으로 10분의 1 이상 축소해 금융감독원에 허위 보고한 혐의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티몬과 위메프가 신규 투자 유치를 하겠다며 금감원에 제출한 경영개선 계획서도 상황 은폐를 위한 고의적 허위 보고라고 봤다.
검찰이 구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난 7월29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여 만이다. 검찰은 구 대표 등을 출국 금지한 데 이어 8월 1일 구 대표 자택과 티몬·위메프 본사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구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는 10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50분부터 구 대표, 류화현·류광진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