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율 100% 이상’ 11건 기록, 전달 대비 반토막
강남3구·용산 여전히 인기 여전···비강남, 대출 규제로 ‘주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경매시장에서 지역별 온도차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3구와 용산 등 주요 지역은 자금력이 풍부한 수요층의 견고한 참여로 여전히 높은 낙찰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비강남권에선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기준 금리 인하를 앞둔 시장의 관망세가 맞물리면서 경매 참여가 급격히 감소했다.
5일 경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사건 중 낙찰가율 100% 이상을 기록한 낙찰 사례는 11건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건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낙찰 건수도 크게 줄었다. 8월 126건에서 지난달 76건으로 반토막 났다.
각종 지표들도 상승 흐름이 꺾였다. 집값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은 지난달 95.1%를 기록하며 전달(95.5%)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올해 3월까지 80%대를 유지하다가 4월 이후 90%를 넘겼다. 8월엔 95.5%까지 오르며 2022년 7월 96.6%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역시 45%로 전달(47.3%) 대비 2.3% 포인트 낮아졌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매매시장과 함께 경매시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5주 차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1일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 이후 전주 대비 상승률은 1주 차 0.21%, 2주 차 0.23%를 기록했다. 3주 차부터 0.16%로 상승세가 꺾인 가운데 4주 차 0.12%, 5주차 0.1%로 상승세가 줄어든 모습을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의 열기가 다소 주춤한 것은 대출 규제 여파로 인해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되고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추가적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여기에 기준 금리 인하를 앞둔 시장의 관망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경매 참여 열기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별로 온도차를 보였다. 강남권·용산 등 인기 지역 아파트는 여전히 견고한 흐름을 나타냈다. 낙찰가율 100% 이상 거래가 나온 11곳 가운데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곳은 동작구와 영등포구·강서구·성북구 등 4곳에 그쳤다. 8월에 강남3구·용산 이외의 지역 19곳에서 감정가를 넘긴 사례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조적인 기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의 영향으로 비강남권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소폭 하락했다”며 “이는 대출 규제로 인해 비강남권의 자금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이 많아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아 실거래가와 호가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향후 시장 동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