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금융당국 제재 취소하면서도 일부 분식회계 인정
30일 2심 첫 공판, 검찰 증거 수집 ‘위법성’ 놓고 공방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일부 인정한 행정법원 판단이 반영돼 공소장이 변경됐다.
행정법원은 ▲2015년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을 변경한 회계처리가 고의 분식회계라는 점과 ▲분식회계와 삼성 합병의 연관성을 인정하면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30일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배임 등 1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고,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지난 8월 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을 반영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삼바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과징금을 취소하면서도, 그 판단의 근거가 된 회계처리가 고의 분식회계이고 분식회계와 삼성 합병의 연관성을 인정하며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행정법원의 판단은 각종 증거자료를 불인정하며 분식회계를 부정하고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형사판결 1심을 뒤집는 결과다.
재판부는 “회계 부정 등 기본적으로 사실관계를 최대한 넓게 잡는다면 충분히 포함할 수 있다”며 공소장변경을 허가했다. 공소장의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이날 검찰과 이 회장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2019년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서버를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자료 등의 증거능력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1심은 입수 절차 등을 문제삼아 3700여개의 증거를 불인정하며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검찰이 2019년 삼성바이오 공장을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증거물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에피스에서 압수한 NAS 서버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명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 수집 방법 등을 문제삼았다.
검찰은 2심에서 2300여건의 증거 목록을 새로 제출했다. 이 중 2000여 건은 1심에서 증거 능력이 배제된 것과 동일한 자료를 다른 저장매체에서 추출한 것으로, 검찰은 적법한 증거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검사의 수사보고서만 보더라도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저장된 파일을 일체 압수했다는 점이 기재돼 있다”며 “적법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오는 11월 중순 심리 종결과 내년 초 선고를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