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현대·우리·BC카드 등 전월실적 조건 없는 ‘무실적 카드’ 줄줄이 단종
카드사 “노후화된 혜택 리뉴얼 차원”
후속 상품, 연회비 오르거나 혜택 줄어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전월 실적 조건 없이도 적립과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던 무실적 카드 상품이 줄줄이 단종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수년째 계속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 탓에 카드사들이 알짜카드를 단종하며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자체 카드 상품인 ‘始發(시발)카드’의 신규 발급을 이날부터 중단했다. 해당 카드는 실적이나 한도 제한 없이 0.7%를 할인받을 수 있어 카드소비자들 사이에서 무실적 카드로 인기를 끌었다.

BC카드 관계자는 “유튜브 웹예능인 워크맨과 계약을 통해 출시된 상품이라 워크맨과의 IP(지적재산권) 계약이 종료되면서 신규 발급을 중단하게 됐다”며 “3년 전에 출시된 카드라 노후화된 혜택이 많아 상품 리뉴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카드도 지난 4일 베스트셀러로 꼽히던 ‘신한카드 딥드림(Deep Dream)’ 상품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해당 카드는 전월 이용실적과 적립 한도 등의 조건 없이 전 가맹점에서 일시불·할부 모든 결제에 대해 0.7% 기본 적립이 가능해 입소문을 탔다. 신규 발급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신용카드 커뮤니티에서는 단종 직전 카드 발급을 신청하는 이른바 ‘막차 탑승’ 움직임이 확산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우리카드가 전월 실적에 상관없이 국내외 가맹점 1% 무제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의정석 에브리원(EVERY 1)’ 상품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실적 조건 없이도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카드 상품들이 최근 줄줄이 단종되면서 카드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기존 카드 상품의 혜택이 노후화된 탓에 고객들에게 더 적합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신규 발급을 중단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트렌드에 맞는 혜택들을 탑재하기 위해 이전에 출시된 카드 상품을 단종하고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카드 라인업을 리뉴얼하는 움직임이 각 카드사마다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점점 빨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 상품의 단종 이후 대체 상품으로 새롭게 출시된 카드 상품들은 대부분 단종된 카드보다 연회비가 높거나 혜택이 축소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대카드는 자사의 대표적인 무실적 카드로 꼽히는 ‘제로 에디션(ZERO Edition)2’를 지난 2월 단종한 이후 ‘제로 에디션 3’을 새롭게 출시했다. 이전 상품과 마찬가지로 전월 실적 조건이 없고 할인과 적립 한도에도 제한이 없지만 연회비가 1만5000원으로 전작에 비해 5000원 올랐다. 제로 에디션2가 제공하던 생활 필수 영역 적립 혜택도 없어졌다.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에브리원(EVERY 1)’ 단종 이후 대체 상품으로 꼽히는 ‘카드의정석 에브리 디스카운트(EVERY DISCOUNT)’ 역시 전월 실적 조건이 없다는 점은 이전 상품과 동일했으나 국내외 가맹점 할인율이 1.0%에서 0.8%로 줄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률이 너무 낮아지면서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부가서비스 비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카드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도입 이후 신용판매 수익률이 1%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전월 실적 조건 없이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 상품을 계속 운용하기에는 역마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알짜카드를 단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