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자금 3503억원, 채무상환자금 1000억원 사용 계획
2차전지 투심악화, 몽골 소재 사업 차질 등 악재 넘을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2차전지 소재 기업 금양이 대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가운데 대표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이 흥행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BNK투자증권이 최근 수년간 맡은 딜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데다 금양에 전기차 ‘케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몽골 원자재 사업 지연 등 악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건으로 평가되는 까닭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 27일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번 유상증자로 1156만주가 새롭게 발행된다. 신주의 발행 예정가는 3만8950원이며 오는 11월 27일 최종 확정된다. 조달할 자금은 시설자금(3503억원)과 채무상환자금(1000억원)으로 나눠 쓸 예정이다.
금양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대표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양을 둘러싼 시장 의구심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에서 유상증자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물량이 일반 청약에서도 완판되지 않으면 대표 주관사를 비롯한 인수단이 떠안아야 하는데 그 물량이 많을 경우 자칫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BNK투자증권은 그동안 거점지역이라 할 수 있는 부산과 울산, 경상남도 기업의 유상증자를 주로 주관하며 난이도가 높은 딜도 여러 차례 소화해낸 이력이 있다. 코로나19 시기의 에어부산과 자본잠식 이슈가 있었던 STX가 대표적이다. 본사 소재지가 부산인 금양도 이와 비슷한 어려움이 있지만 증자 규모가 수백억원대인 앞선 사례와는 달리 수천억원이라는 점에서 리스크는 더 크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금양에 악재가 다수 쌓여있다는 점이 흥행 저해 요소로 분류된다. 우선 2차전지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2차전지 최대 전방 산업인 전기차가 케즘 영향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금양은 원통형 배터리와 관련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왔지만 케즘으로 인해 엇박자가 났다. 이로 인해 금양 주가는 올 들어서만 50% 넘게 하락했다.
여기에 기대감을 높였던 몽골 소재 사업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금양은 지난해 5월 2차전지 핵심원료 확보를 위해 몽골 광산개발사인 ‘Monlaa LLC’의 지분 60%를 약 79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 연간 매출 4024억원, 영업이익 1610억원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전날 공시에서 현지 사정으로 인해 지난해 연내 채굴을 목표로 했던 텅스텐이 아직 채굴되지 않았고 리튬 채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양은 올해 몽골광산 매출과 추정치를 각각 66억원, 13억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당초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2025년과 2026년 실적 예상치도 90% 이상 하향 조정했다.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요할 수 있다는 부분도 기존 주주나 투자자의 유증 참여를 주저케 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금양은 지난 6월 말 기준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7924억원인데 이중 단기차입금이 5484억원이다. 반면 유동자산은 1184억원에 그친다. 여기에 2022년부터 시작된 적자 경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BNK투자증권이 시장을 설득할만한 요소도 있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반등과 맞물릴 경우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금양은 지난 19일 미국 나노테크 에너지(Nanotech Energy)에 내년부터 6년간 이차전지 ‘2170 배터리’를 17억2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어치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금양 역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금양 측은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단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가 아닌 준공을 얼마 남기지 않은 대량생산 공장 및 설비 투자자금 활용 목적의 유상증자”라며 “증자 후 본격적인 대량생산 체제 돌입과 매출 증대가 예상되는 만큼 주주가치의 희석이 아닌 주주가치 제고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금양 주가는 전날 대비 7.43% 하락한 5만2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금양 주가는 이날 8.32% 하락한 5만1800원에 장을 시장해 장중 9.73%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