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화 하고 과시하는 특유의 한국 문화, 부동산에도 일부 반영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지난주는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내부 비석에 아파트를 찬양하는 시가 이슈가 됐습니다.아파트를 찬양한다는 사실도 재밌는데 ‘해 같은 인재들과 별 같은 선남선녀’, ‘장엄한 우리의 궁궐 퍼스티지’ 등과 같은 낯뜨거운 표현들이 즐비해 화제였습니다. 필자는 누가 해당 내용을 보여줘서 조작된 장난 아니냐고 했는데 사실로 드러나 깜짝 놀랐습니다. 대다수 반포 주민분들은 저런 생각 안하고 사실 텐데 민망하고 억울하실 것 같습니다.

이번주는 지난주 이슈였던 ‘반포 래미안 찬가’를 바탕으로 신기한 한국만의 부동산 문화를 다뤄봅니다. 

◆ ‘취향 문제도 등급화’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 부동산까지 영향

들어보면 서양사람들도 명품을 좋아하고 한국보다 돈 많은 사람들도 많지만, 무언가를 구매할 때 있어서 취향이 큰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줄세우기식 교육 영향 때문일까요? 익히 아시겠지만 우리 한국인은 명품이나 차 등도 암묵적 등급을 부여하고 본인이 전력투구해서 살수 있는 소위 가장 ‘상위 등급’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사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상위등급이라는 것이 결국 별게 아니고 결국 ‘가장 비싼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샤넬백을 들게 되고 고급차들이 길거리에 흔하게 됐죠.

한국에 살다 미국으로 건너 간 한 지인은 “몇 년 사는 동안 뉴욕에서도 포르쉐를 한국처럼 젊은 사람들이 몰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본적이 없다”며 “여긴 대부분 부가 쌓여 나이가 많은 부자들이 타고 다닌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집도 예외가 아닙니다. 흔히 말해 강남3구를 비롯해 각 지역을 카테고리, 등급화 해서 나누고 마치 갈수 있는 가장 최상위 등급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런 분위기에 계속 있다 보면 휩쓸려 자신의 취향과 무관하게 거주 지역을 옮겨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기 쉽습니다.

◆ 결국 ‘과시’로 이어지는 등급화

등급화는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세상을 정리하고 결국 과시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파트 찬가’ 이슈 전 인터넷에선 ‘도곡역 하차감’이 이슈가 된 바 있습니다. 대략 도곡역에 가격이 나가는 집이 많다 보니 도곡역에서 내리면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내서 그걸 즐긴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부의 생각일 수 있지만 한국인들의 과시욕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외국도 소위 말하는 ‘좋은 동네’라는 곳들이 있습니다. 집값이 수십억은 물론 수 백억씩 하는 동네들도 있죠. 미국에도 한국과 비교가 안되는 수영장 시설과 그에 걸맞는 관리비를 내는 수십, 수백억대 콘도(한국 아파트의 개념)들도 있지만 대체로 그곳에 산다는 ‘자부심’ 같은 것 보다 스스로의 ‘만족감’으로 산다고 합니다.

◆ 한국에서도 ‘진짜 부자’들은 본인 취향대로 산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진짜 재력이 강한 이들은 사는 곳으로 과시하는 데엔 관심이 없고 본인 취향과 상황대로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집 한 채가 재산의 사실상 전부인 경우엔 어떻게든 많이 오를 수 있는 지역으로 다니며 재산가치를 올리려 할 수 있지만, 그냥 주거와 투자를 분리해서 본인에게 진정 맞고 편한 지역에서 사는 경우도 수차례 봤습니다.

다들 말을 안 하고 살아서 그렇지 필자가 본 바로는 본인은 강남 출신에 강남에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복잡해져서 살기 싫다며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도 의외로 많고요. 아예 집을 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력가들은 특히 세금에 민감해서 불필요하게 집을 보유하고 사고 팔며 온갖 세금이 나가는 것을 경계합니다. 평생 전세만 살았다는 중견기업 회장 이야기도 들은 바 있습니다. 또 꼭 재력이 세지 않더라도 자신의 취향대로 사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지하철 안 타고 사는데 ‘역세권’ 의미 있나···본인 기준으로 집 찾아야

살기 좋은 집의 조건은 사실 개개인마다 다르고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딩크족에게 좋은 학군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고, 대중교통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이에게 역세권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백화점 싫어하는 분들에겐 백화점 옆 같은 입지는 오히려 길만 막히니 ‘마이너스 요소’겠지요.

필자는 한강뷰 집들을 몇차례 방문해봤지만 직장생활하며 흔히 보는 광경이어서인지 별 감흥이 없어 설사 가격이 싸도 안 갈것 같습니다. 한강뷰 아파트들은 과거에도 선호도는 있었지만 최근 몇년 새 관심이 더 커진건 특히 예능 등 방송 영향이 한 몫하지 않았나 합니다. 

물론 흔히 말하는 이런 조건들을 쫓는 수요가 많으면 재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 차원에서 투자할 수 있겠지만, 본인이 살기 좋은 집을 찾는다면 본인의 기준도 갖고 집을 찾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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