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 올 들어 정부는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공급지원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방안(8.8 부동산 대책 등)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는 최근 과열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급등과 관련 깊다. 실제로 작금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서울 아파트로 인한, 서울 아파트를 위한, 서울 아파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심한 투자쏠림 현상을 겪고 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기존과 달리 지역별 양극화(서울 선호 vs. 지방 기피)를 넘어 제품별 양극화(아파트 선호 vs. 비아파트 기피)가 가미된 이중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기피 현상은 2022년 겨울에 터진 이른바 ‘빌라왕 사태’가 남긴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가 세제혜택 등을 통한 비아파트 공급지원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서울 중심의 아파트값 급등 및 전세난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주택가격의 안정 및 공급난 해소를 기대하고 있는 정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빌라 및 오피스텔로 대별되는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은 처음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당장 가지고 있는 돈이 부족해 원하는 유형의 주택(통상 아파트)을 구입할 수 없을 때 일시적으로 거쳐 가는 곳으로 여겨졌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사다리로 불렸던 이유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사다리로 각광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말 그대로 찬밥 신세일 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2022년 12월 이후 수많은 언론들을 통해 봇물처럼 터진 이른바 ‘빌라왕 사태’가 직격탄이었다. 깡통주택, 전세사기, 악질임대인, 바지사장, 무자본 갭투자, 빌라포비아 등 평소 들어보기도 쉽지 않고, 부정적이며 생소한 용어들이 연일 언론을 타고 쏟아졌다. 내용의 핵심은 대동소이했다. 빌라를 전세 얻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뒤늦게 빌라사기꾼으로 알려진 다주택 빌라소유자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날리고 거주하는 집에서조차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었다.

설상가상! 이런 좋지 않은 분위기가 각종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빠르게 전파되면서 빌라는 물론, 심지어 오피스텔, 단독주택 등 다른 유형의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까지 기피대상 1호로 각인됐다는 사실이다. 당연하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에 전세 얻기를 두려워하면서 그 여파로 매매가격도 곤두박질쳤다. 한때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사다리였지만, 지금은 그저 찬밥 신세로 전락한 모양새다.                   

얼마 전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7주 연속 상승(올 3월 4주부터 9월 4주 현재까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침없는 상승세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값을 잡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도시급 택지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인데,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서울은 그린벨트를 제외하면 당장 신도시급 택지로 개발할만한 땅이 없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재개발 · 재건축의 경우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비효과적이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공급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은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8.8 부동산 대책(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들여다보면 확연해진다.

주택공급 확대방안으로 무엇보다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려는 정부의 의도가 눈에 띈다. 즉 빌라왕 사태 이후 수요상실(전세 및 매매 수요 상실)에 따른 급격한 공급감소(신규 인허가 및 착공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켜 단기간 내 서울지역의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듯하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합작으로 수요가 많은 수도권(서울 포함)을 중심으로 공공 신축매입(비아파트)을 통해 2025년까지 11만호 이상을 집중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착공만하면 사실상 무제한 매입해주겠다는 정부다. 정부가 매입한 비아파트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저렴한 가격(전세 및 월세 가격)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집주인이 정부인 만큼 전세사기는 염려치 않아도 될 듯하다. 게다가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투자의 활성화를 위해 전용 60㎡ 이하 소형 신축주택의 경우 취득세와 양도세, 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 다양한 세금혜택을 제공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만족시켜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몇 가지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역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지역별 양극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방보다는 수도권, 심지어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 중심으로 수요층이 형성될 것이다.

둘째,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 지속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상품은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일 때 대체재 내지 주거사다리로 자리매김해왔다. 따라서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셋째, 국지적 공급과잉에는 장사가 따로 없다. 공급과잉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말인데, 초단기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에 더욱 치명적이다. 투자대상 인근지역의 건축인허가 및 준공 건수에 큰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넷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및 인하폭에 주목해야 한다.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상품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규제가 느슨한 만큼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일 대출금리가 내린다면 거주목적의 실수요는 물론, 투자목적의 가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다.

끝으로,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정책의 지속성 여부에도 관심 가져야할 것이다. 공급자를 위한 건설자금지원, 건축규제완화 등은 물론, 수요자를 위한 각종 세금혜택제공, 대출규제완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이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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