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재추계 결과 29.6조원 결손 전망···기업실적·건설투자 부진 등 영향
정부 여유기금 대응 방침 속 재원마련 난관···세수추계 정확도 대책 착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 세금이 예산안에서 편성한 것보다 29조6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보인다. 56조4000억원 세수 결손이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가 예상되면서 정부는 추계 방식 개선에 나섰다. 세수 부족분은 기금 여유 재원, 집행불가 사업 불용을 통해 메울 계획이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2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를 보면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전망됐다. 당초 예산 367조3000억원 보다 29조6000억원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 344조1000억원보다도 6조4000억원 감소했다.
세목별로는 지난해 기업실적 부진, 내수경기 둔화 영향으로 법인세와 종합소득세에서 18조원 결손이 발생했다. 2022년 84조원이었던 상장사 영업이익이 지난해 46조9000억원으로 44.2% 급감했다.
건설투자 부진, 토지 거래량 감소 등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양도소득세와 상증세도 6조원 부족분이 발생했고, 유류세 인하 연장, 긴급할당관세 등 세제지원 영향으로 교통세와 관세도 6조원 펑크났다.
최근 5년간 전년대비 국세수입 증감률은 2019년 –0%, 2020년 –2.7%, 2021년 20.5%, 2022년 15.1%, 2023년 –13.1% 등 세수오차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경제규모 확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영향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높은 무역의존도 등으로 인해 외부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법인세 등의 추계가 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 지적하는 부자감세 영향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개편 효과는 세입예산안에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에 세수부족 원인이 아니”라며 “정부의 조세정책은 단기적으로 세수가 일부 감소될 수 있으나 투자, 소비 회복으로 성장과 세수간 선순환에 기여하고 중장기 세입기반 확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가 현실화하면서 세수 부족분 충당이 과제로 떠올랐다. 재정당국은 일단 정부 내 가용재원을 활용해 우선 대응한단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민생 안정 등 재정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등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기금여유지원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불가피하게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 등도 고려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입추경의 경우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맞지 않고, 미래세대 부담 가중, 물가, 금리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단 판단이다.
정부가 세수결손분을 메울만한 방안이 마땅찮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재부는 외국환평형기금, 재정안정화기금, 불용액 등을 통해 세수펑크에 대응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들 방안을 활용하긴 쉽지 않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기금으로 현재 미국 통화당국이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고, 11월 대선도 앞두고 있다. 환율을 흔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외평기금을 돌려막기하는 건 부담이 크다. 재정안정화기금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에 보내는 교부금을 줄이면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단 우려가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수결손은 우려스럽지만, 정부가 그 대책으로 증세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세율이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올라갔다”며 “경제성장, 물가, 환율 등 관리를 통해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수치상으론 경제지표들이 개선 조짐을 보이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 살리기를 통해 세수 감소폭이 점점 호전될 것”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국가를 만드는게 답이다.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세수추계 정확도 개선에 나선단 계획이다. 내년부터 세수추계가 시작되는 거시지표 전망, 모형설정 단계부터 세입 예산안 편성까지 국회 예산정책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세수추계 전문기관이 세수추계 모든 단계에 참여토록 세수추계 절차를 개편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세수추계 모형을 개발하고 사회구조 변화, 납세자 행태변화 등을 정확히 반영키 위한 활용방안도 검토한단 방침이다.
기재부 측은 “매년 9월 당해연도 세수를 다시한번 전망해 세수상황 투명성을 강화하고, 인력확충, 민간전문인력 채용 등 조직개편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