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측, 당초 알려진 1조3000억원 보다 낮은 가격 제시
부채비율 17만6703%···재무 위기가 만든 불리한 협상대
NF3 업황은 '맑음', AI 확장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가 생산한 삼불화질소(NF3). / 사진=효성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가 생산한 삼불화질소(NF3). / 사진=효성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부채비율 17만6703%에 달하는 효성화학이 재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카드를 꺼내 협상이 진행 중이다.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된 IMM PE·스틱인베스먼트 컨소시엄은 특수가스 사업부 주식 인수를 위한 최종가격 확정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 이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나선다.

막판 변수는 최종 거래 가격이다. 기존에 알려졌던 특수가스 사업부 몸값은 1조3000억원 안팎이었으나 실사를 진행한 IMM PE·스틱인베스먼트 컨소시엄 측이 1조원 초반대 가격을 제안하면서 양측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IMM PE·스틱인베스먼트 컨소시엄은 최근 효성화학이 보유한 특수가스 사업부 상세 실사를 마무리했다. IMM PE·스틱인베스먼트 컨소시엄은 지난 7월 우협으로 선정 된 이후 약 한 달간 실사를 진행했다.

IMM PE·스틱인베스먼트 컨소시엄 측은 실사 과정에서 최근 증설한 옥산 공장 등 생산설비를 살폈다. 실사 과정서 별다른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세정 등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8000톤(t)으로 SK스페셜티, 중국 페릭에 이어 글로벌 3위다.

실사를 통해 컨소시엄 측이 산정한 기업가치가 협상대에 올랐지만 효성 측은 당황하는 기색이다. 컨소시엄 측이 제시한 가격은 1조1000억원 초반대. 당초 알려진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가보다 한참을 못 미쳐서다. 

효성화학은 당초 지분 49% 매각 정도를 계획했으나 경영권 매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시장에선 특수가스 사업부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산정한다면 몸값이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특수가스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5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조3000억원의 매각가는 과하다는 게 컨소시엄 측 입장이다. 국내 산업용 가스 기업들의 기업가치 대비 주가는 최대 10배 수준이라는 것.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져가더라도 현금창출력의 25배 이상의 몸값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효성화학 베트남 폴리프로필렌(PP) 공장 전경. / 사진=효성
효성화학 베트남 폴리프로필렌(PP) 공장 전경. / 사진=효성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만이 재무 위기를 개선하는 유일한 수단인 만큼 효성화학 측도 양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17만6703%로 전 분기(3485%) 대비 17만3217%P 급증했다. 2021년(522.1%), 2022년(2631.8%) 등 3년 연속 급증하고 있다. 

1년 내 갚아야 할 빚(유동부채)만 2조9118억원, 유동비율만 해도 29%로 빚이 자산보다 3배 이상 크다. 회사가 상반기 지불한 이자 비용만 905억원에 달한다.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으로 유입되는 자금으로 당장의 재무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자금은 부채 상환과 베트남 법인 살리기에 쓰일 예정이다. 효성화학의 재무 구조는 지난 2018년 연간 폴리프로필렌(PP) 6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베트남 공장 건립에 약 1조5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면서 악화하기 시작했다. 설비 문제 등으로 공장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면서 적자가 지속됐다. 

효성화학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NF3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NF3 수요는 전방 업황 둔화로 전년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AI(인공지능) 산업 확장에 따라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오는 2027년까지 NF3 수요가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협상과 관련해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주식매매계약 체결 소식을 전할 예정”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