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롯데·현대·우리카드 카드론 급증 제동
롯데카드, 올해 들어 카드론 및 대환대출 잔액 증가폭 가장 커
“금융당국 제재 나설 경우 카드사 수익성 관리 어려움 있을 것”

카드업계 카드론 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카드업계 카드론 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들어 카드론 잔액이 매달 역대 최다액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잔액이 크게 늘어난 롯데·현대·우리카드 등 3개사를 중심으로 카드론 확대 제동에 나섰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전업 카드사 중 카드론 잔액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제재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실적에 먹구름이 낄 우려가 커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카드론 대출을 큰 폭으로 확대한 롯데·현대·우리카드 등 3개 카드사에 이달 말까지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카드론은 별도의 심사 없이 가능한 대출로 중·저신용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주요 대출 창구로 여겨진다. 고금리·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론 잔액은 올해 들어 매달 사상 최다를 갈아치우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1조8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41조2266억원에서 6044억원(1.5%) 증가하며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38조7613억원)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3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전업 카드사 중 카드론 잔액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롯데카드였다. 롯데카드의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은 5조3425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2954억원)보다 24.4%(1조471억원) 증가했다. 9개 카드사 중 올해 들어 카드론 잔액이 1조원 이상 늘어난 곳은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카드론 대환대출 역시 롯데카드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지난 8월 말 기준 롯데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은 2219억원으로 지난해 말 974억원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카드도 지난달 카드론 잔액이 5조5866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7762억원)보다 17.0%(8104억원) 늘었다. 우리카드도 같은 기간 3조3335억원에서 3조8660억원으로 16.0%(5325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대출성 자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3개 카드사 모두 상반기 실적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28억원으로 전년 동기(3060억원) 대비 79.5% 감소했다. 지난해 5월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작년 동기(1079억원)보다 41.8% 줄었다. 8개 전업 카드사 중 상반기 실적이 악화된 곳은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도 한 자릿수 성장률에 그쳤다. 현대카드는 상반기 1637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1% 올랐고 우리카드는 838억원으로 1년 새 2.3% 성장하는 데 그쳤다.

만약 카드론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카드론 취급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들 카드사는 수익성이 더 악화될 우려가 높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계속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불가피하게 카드론 취급을 늘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설 경우 카드론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수익성 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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