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철의 아무튼세금③
1000만 개미를 들었다 놨다, 금융투자소득세의 운명은?
우리나라 세법에서는 일을 해서 돈을 벌거나 물건을 사면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 빽빽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우리의 경제활동을 촘촘하게 감시하고 있다. 다만 예외가 있다. 주식이다. 주식은 소득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과세되는 증권거래세 외에 주가가 오를 때 팔아 수익을 남겨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대주주, 비상장 제외. 주식으로 1000만원을 벌든 1억원을 벌든 상관없다. 세금은 0원이다.
이런 배경에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는 탄생했다. 금투세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여야與野 합의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행을 일주일 앞둔 2022년 12월 22일 당시 여야는 2년간 이를 유예하고 2025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하지만 또다시 시행 4개월여를 남겨두고 금투세는 다시 정치권과 증권가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포문을 연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올초 금투세의 유예를 넘어서 아예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4월 국회의원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야당은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하면서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는 물 건너 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 야당 내에서 금투세를 두고 노선 정리가 제대로 안 되는 듯한 인상이 관측됐다. 이재명 대표가 ‘유예 또는 완화’ 입장을 내놓으면서 당내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는 분위기다.
금투세가 뭐길래 야당 대표에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존폐를 운운하는 걸까. 금투세는 국내 주식과 주식형 ETF 등에서 매매차익이 연간 5000만원을 초과해 발생하면 22~27.5%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만약 투자로 인해 손실이 나면 5년간 이월해 공제한다. 이와 비슷한 제도를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선 앞서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변동성에 강한 증시 체력을 바탕으로 금투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한국 증시 1000만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주식 시장의 안정이다. 대만의 경우 금투세를 도입했지만 지수가 폭락해 아예 폐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금투세 시행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자금 이탈로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만약 시행 후 자금 이탈이 실제 발생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개인투자자일 확률이 매우 높다.
증권사와 기관투자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계된 점도 개인투자자들의 조세 저항을 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금투세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심지어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특혜 논란까지 제기된다. 금투세는 주식의 양도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면서 증권거래세는 오히려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는데, 이렇게 되면 외국인은 가만히 앉아서 감세 혜택을 보게 된다. 모든 주체가 동등하게 세금을 내야 하는 조세 형평에 어긋난다는 게 학계의 주장이다.
실제 시행 시 원천징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요즘 복수의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종종 있는데 이 경우 기본공제를 얼마씩 받을 것인지 각각의 증권사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만약 어떤 개인 투자자가 A증권사에 3000만원, B증권사에 2000만원의 기본공제를 신청했다고 가정하자. 이후 주식투자를 통해 A증권사에서 1000만원, B증권사에서 4000만원의 수익을 각각 올렸다면 5000만원 공제 때문에 원래는 세금이 없는 게 맞다. 하지만 B증권사에서 공제 한도를 2000만원 초과했기 때문에 원천징수22% 440만원가 발생한다. 이후 국세청에 환급 신청을 해 돌려받으면 되는데 그 기간 발생하는 이자수익 등 기회비용이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투세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학계에 따르면 연간 1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고,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를 하기 때문에 거래자가 매매에 신중을 기하게 돼 단기투자 중심에서 장기투자로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장기투자가 결국 증시의 안정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주장이다.
2019년 1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의 폐지와 금투세 도입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금투세. 당시 기획재정부가 기관투자자와 소액투자자 간 조세 형평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지만, 결국 2020년 12월 정부안이 발의되면서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됐다.
유재철의 아무튼세금③
editor 심효진
words 유재철<시사저널이코노미> 정책·유통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