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손 트라이펄게임즈 대표

정만손 트라이펄 게임즈대표/ 사진=장민영 기자
정만손 트라이펄 게임즈대표/ 사진=장민영 기자

[시사저널e=장민영 기자] “마케팅과 과금 이 아닌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20일 정만손 트라이펄게임즈 대표는 모바일이 아닌 PC와 콘솔게임에 도전해온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 게임업계는 최근에야 콘솔 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중심이란 평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플랫폼 다변화를 이루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단 절박함이 플랫폼 다변화에 불을 지폈다. 성공사례도 나왔다. 네오위즈 'P의 거짓', 넥슨 ‘퍼스트 디센던트’ 등이다.

트라이펄게임즈는 인디 게임사지만 해당 사례가 나오기 전부터 개발 난이도가 높단 콘솔 시장에 도전해왔다. 회사 창립 년도인 2021년만 하더라도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PC·콘솔 게임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내부 개발 시도만 있을 뿐, PC·콘솔 게임 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20년 이상의 게임 개발자들이 모인 트라이펄게임즈는 작은 회사지만 앞서 콘솔 시장에 도전했다. 트라이펄 게임즈가 처음으로 개발한 PC·콘솔 게임 ‘V.E.D.A’(베다)는 올해 ‘인디크래프트’ 대상도 수상했다.

트라이펄 게임즈는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라는 웹툰 IP를 활용해 최초로 콘솔 플랫폼을 메인으로 하는 게임을 개발 중이다.

 

트라이펄 게임즈 첫 개발작 'V.E.D.A' / 이미지=트라이펄 게임즈
트라이펄 게임즈 첫 개발작 'V.E.D.A' / 이미지=트라이펄 게임즈

- 트라이펄 게임즈를 소개한다면

PC·콘솔 액션 게임 위주로 개발하는 게임사다. 인디 게임 개발사지만, 20년 넘게 국내 대형 게임사에서 개발을 한 개발자들이 모여 설립했다. 우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모였다. 지금은 ‘소울라이크’ 장르 입문작 'V.E.D.A(베다)와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를 개발하고 있다.

                                                                                   

대기업을 나와 창업했는데, 반대 의견이 있었나

한국은 당시만 하더라도 PC·콘솔 개발사들이 많지 않았다. 경력 많은 사람들이 인디 게임을 만드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주변에 물어보면, 왜 그런 장르에 도전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다니던 회사에서 콘솔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긴 했지만, 매출 때문에 출시까지 도전한 사례는 거의 없다. 내부에서만 개발하다 출시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게임 장르 중에 PC·콘솔 개발을 택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MMORPG 게임 개발 경험은 많다. MMORPG는 과금 모델 개발과 마케팅에 더 집중했다. 게임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취미 생활인데, 과금 유도가 강해지면서 취미의 영역을 넘었다. 돈벌이 수단처럼 돼 버렸다.

이후리틀 데빌 인사이드’를 개발하면서 ‘소니’와 PS5 관련 협업할 기회가 있었다.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공개하고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재미만으로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첫 개발작을 ‘소울라이크장르로 택했다

소울라이크’가 해외에서 재미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도전하면 실패하는 경험이 많았다. 나와 같은 이용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많다는 것도 알았다. ‘엘든링’이 대표적인 소울라이크 게임이지만, 아직도 80% 이용자들이 난이도가 높아 게임의 끝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트라이펄게임즈의 첫 개발작 ‘베다’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재미는 살리지만, 게임의 진입장벽이 되는 요소를 최소화했다. 소울라이크는 난이도 있는 보스전을 극복했을 때 재미가 크다. 동시에 작은 실수로 게임 내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죽음 자체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죽음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요소를 넣었다.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죽더라도 새로운 해법과 스토리를 찾을 수 있는 요소를 넣었다. 그 외에도 아트나 캐릭터 디자인 등으로 소울라이크의 대중화를 시도했다.

 

최근 ‘소울라이크’와 PC·콘솔 게임의 인지도가 달라진 것을 체감하나

처음 베다를 제작할 때 회사 소개 자료가 80페이지 분량이 됐다. 지금은 18페이지로 줄였다. PC·콘솔 게임, 소울라이크 장르의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설명을 안 해도 된다. 우리 게임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아져 ‘인디크래프트’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웹툰 IP 최초로 PC 스팀 개발을 결심했는데

국내에 웹툰 IP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는 많다. 웹툰 IP가 캐릭터 뽑기-아이템 뽑기 등 과금 관련 콘텐츠와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 게임의 스토리 역시 기존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형태로 출시돼 게임 자체를 오랫동안 즐기기에 부족하다고 느꼈다.

콘솔 이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액션’에 집중하기로 했다. 웹툰 IP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 역시 우리가 개발한 액션 장르와 어울릴 것이다. 액션 중심의 게임에 별도의 스토리 라인을 추가해 웹툰을 보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중이다. 올해 말 정도 개발 영상을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게임쇼, 게임스컴에 계속해서 참가하는 이유가 있다면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재미와 이용자들의 재미 요소가 다를 수 있다. 한국 이용자와 글로벌 이용자 역시 느끼는 재미에 차이가 있다. 최대한 많은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작년 도쿄게임쇼에서 받은 피드백을 반영해 지난 8월에 개최한 게임스컴에서 공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번 도쿄게임쇼에도 새로운 캐릭터와 대중적인 요소를 첨가한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게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베다’뿐만 아니라 인디게임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디게임의 제작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용자들의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 한국 이용자들에게 개발자 금을 모금하는 ‘텀블벅’ 같은 펀드나 인디게임 콘테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면 감사하겠다. 스팀은 위시리스트 등록(찜하기)만으로도 큰 효과가 난다. 관심이 있는 게임이 있다면, 찜하기를 눌러주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면 인디게임 시장이 더 활성화되고 글로벌로 성공하는 게임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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