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토브’ 인수 통해 뇌질환 치료제 개발
고형암 CAR-T, 美 베리스모 지배력 강화
CGT 집중 공략···국내외 파이프라인 확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HLB가 중국 항서 제약과 개발한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을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에 주목하며 인수합병(M&A)과 지배력 강화 등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LB그룹이 차기 리보세라닙 발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새로운 신약을 확보해 그룹 전체의 성장성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미국 계열사 베리스모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CAR-T 치료제 개발에 힘을 싣는 한편, 국내 파킨슨병(PD) 치료제 개발 기업 인수도 추진한다.

HLB 뉴로토브 인수, 베리스모 테라퓨틱스 투자 결정. / 표=정승아 디자이너
HLB 뉴로토브 인수, 베리스모 테라퓨틱스 투자 결정. / 표=정승아 디자이너

◇ CAR-T·파킨슨 유전자 치료제 동시 공략

HLB그룹은 2007년부터 항암 신약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을 내세워 바이오 사업 투자를 확대해왔다. 올해는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의 원년으로 삼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재도전을 앞두고 있는 리보세라닙을 이어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신약 라인업을 강화해 바이오 사업 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앞서 HLB와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개발해 온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은 지난 5월 FDA 신약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 개발 실패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HLB그룹은 포스트 리보세라닙 발굴 차원에서 신규 투자 분야를 CAR-T 치료제와 파킨슨 유전자 치료제로 낙점했다.

이달 5일 HLB는 미국의 CAR-T 치료제 개발사인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이하 베리스모)를 HLB이노베이션 100% 자회사 편입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카이스트 학내 창업기업인 ‘뉴로토브(NeuroTobe)’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뉴로토브의 주식 549,809주를 160억원에 취득 지분 73.02%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방식이다. 베리스모와 뉴로토브를 통해 각각 세포치료제와 인구의 고령화로 급증하고 있는 신경질환 분야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 HLB “베리스모·뉴로토브 임상 적극 지원”

베리스모는 고형암 CAR-T 치료제 후보물질 ‘SynKIR-110’에 대한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적응증은 난소암·담관암·중피종 3개다. 희귀질환인 중피종에 대해선 지난해 4월 FDA에서 패스트트랙(신속검사) 지정을 받았다. 혈액암 치료 관련 임상 1상 진입도 준비 중이다. 앞서 HLB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HLB제약이 갖고 있던 베리스모 지분 일부를 인수해 기존 11.75%의 지분율을 18.39%로 끌어올렸다.

HLB 관계자는 “미국 100% 자회사인 HLBI USA가 베리스모와 삼각주식교환 및 합병을 진행하게 됐다”며 “HLBI USA와 베리스모가 합병절차를 완료하면, HLB이노베이션은 베리스모의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고 전했다.

뉴로토브는 뇌과학 권위자이자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인 김대수 박사가 이끌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파킨슨병, 근긴장이상증 등 신경계 질환에 대한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HLB의 지원 하에 조기에 비임상을 마치고 한국, 미국 등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뉴로토브는 기존 치료제가 구현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파킨슨병 유전자 치료제 NT-3를 개발 중이다. HLB 인수 후 임상 1상을 위한 IND 신청 준비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HLB 관계자는 “뉴로토브의 인수를 통해 항암제뿐만 아니라 뇌 질환 분야에서도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HLB는 세포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베리스모와 뉴로토브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뉴로토브의 경우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노년층 발병률이 높은 파킨슨과 근긴장이상증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는 점이 인수에 매력 요소로 작용했다. 베리스모는 기존에 출시된 혈액암 CAR-T가 아닌,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미래 가치가 높다고 봤다.

HLB 관계자는 “세포유전자치료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추세”라며 “이 분야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차세대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베리스모와 mRNA 뇌 질환 치료제 개발사를 뉴로토브를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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