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
조합·시공사 공사비 증액 협상 결렬
“분담금 증가···수분양자 피해 우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장위뉴타운 내 최대 규모인 장위4구역이 공사중단 위기에 놓였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는 반년 넘게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중단될 경우 입주 지연이 불가피해 조합원들은 물론 수분양자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공사장 입구엔 전날 ‘공사 중단 예고’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앞서 GS건설은 지난달 말까지 공사비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달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었다. 장위4구역은 지상 최고 31층, 31개 동, 2840가구 규모 ‘장위자이 레디언트’로 지어진다. 2022년 11월에 분양을 끝냈고, 내년 3월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GS건설은 공사비 증액분으로 당초 1256억원 요구했으나 조합의 거부로 금액을 574억원까지 낮췄다. 이미 수차례 금액을 낮춘 만큼 더 이상 공사비 협상은 없다고 조합에 통보했다. 아울러 추후 아파트 준공 후에도 조합원이 추가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주가 불가하다는 내용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GS건설 측은 공사비 증액의 배경으로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설계사의 잦은 오류 및 파산을 지적했다. 특히 설계사 파산으로 인해 공사 일정이 지연됐고, 설계 도서의 잦은 수정으로 재시공이 반복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은 이미 수차례 공사비를 올려준 만큼 증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2009년 7월 3.3㎡당 346만원에 도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15년 8월 439만9000원, 2022년 1월 465만원, 지난해 7월 516만원 등 세 차례에 걸쳐 공사비를 증액했다. 조합은 시공사의 일방적인 증액 통보로 인해 추가 분담금이 가중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사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입주 지연은 물론 분담금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은 공사가 6개월 중단되며 입주 시기가 2년 가량 지연돼 공사비가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시장에선 추석 이후 말일까지 협상에 실패할 경우 다음 달부터 공사중단이 진행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다음 달부터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합원은 물론 수분양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GS건설은 마지막까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공사중단과 관련해 정확한 날짜는 아직 내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조합과 긴밀히 협력해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공사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