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11월까지 인뱅 심사 기준 마련
기은, 투자 결정하면 유뱅크 참여할듯
농협, 경쟁은행 피해 소소뱅크 투자할까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서울 본사 전경/ 사진=각 사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서울 본사 전경/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은행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하면서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이 설립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할지 관심이 모인다. 두 은행은 새 인터넷은행에 투자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제4인터넷은행 심사 기준을 늦어도 오는 11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지부진했던 제4인터넷은행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인터넷은행 설립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기업대출의 부실이 늘어나자 당국이 사업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다시 사업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제4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낸 기업들도 다시 분주해졌다. 현재 설립 참여의사를 밝힌 곳은 더존뱅크·유뱅크(U-Bank)·한국소호은행·소소뱅크 컨소시엄 등이다. 더존뱅크 컨소시엄은 중소기업 경영지원 플랫폼 기업 더존비즈온과 신한은행이 이끈다. 유뱅크는 핀테크 기업인 렌딧, 자비스앤빌런즈와 현대해상이 주축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소호은행은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기업 한국신용데이터(KCD)와 우리은행이 참여한다. 소소뱅크는 35개의 소상공인 단체로 이뤄져있다. 

당국이 속도를 내는 만큼 농협·기업은행도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두 은행은 제4인터넷은행 설립 참여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은행 설립 사업 추진을 망설이는 태도를 보이자 추이를 더 관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국이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힌 만큼 두 은행의 결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제4인터넷은행 투자를 결정하면 유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큰 힘을 얻게 된다. 대형 시중은행이 참여한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에 비해 자본력에서 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국내 6대 은행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업은행과 대형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이 힘을 합치면 자본력에서 오히려 다른 컨소시엄을 넘어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터넷은행 설립에 있어 당국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은 자본 동원력이다. 새 인터넷은행이 충분한 자금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본다.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은행은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 2021년 당국이 토스뱅크에 인가를 내줄 당시 ‘증자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조건으로 내걸은 바 있다. 

농협은행이 투자를 공식화하면 경쟁의 판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우리은행이 각각 투자한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에 참여하면 해당 컨소시엄의 승리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대형 시중은행 두 곳을 이길 만한 자본력을 갖춘 곳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기업은행이 유뱅크 참여를 결정한데 이어 농협은행 마저 가세하면 승리는 유뱅크 몫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경쟁은행인 신한·우리은행과 손잡으면 디지털 기술과 영업 노하우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기업은행도 농협은행과 많은 부분에서 사업이 겹친다. 이에 농협은행이 소소뱅크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러면 제4인터넷은행 경쟁 구도는 더욱 안갯속으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인터넷은행에 투자한 은행들이 대규모 이익을 봤기에 당국이 사업에 대한 의지만 유지한다면 제4인터넷은행 설립 경쟁은 어느때 보다 치열할 것”이라면서 “농협·기업은행도 더 자세히 검토한 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